“우리는 문제 해결사들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민자의 힘을 믿고, 지구온난화가 실제로 일어난다고 믿는 해결사 말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애플의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7)에 연사로 나서서 이렇게 연설을 마무리했다. 그는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세상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잇따른 반이민 행정명령을 내렸고, 최근에는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오바마의 발언은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애플 개발자들과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 이 자리에는 애플의 팀 쿡 CEO와 리사 잭슨 환경담당 부사장이 참석했다. 잭슨은 오바마 행정부 연방환경청(EPA)의 수장을 역임했다. 쿡은 전날 “내일 오전 이 자리에 10대와 젊은이, 여성들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 설 것”이라며 “바로 미셸 오바마”라고 밝혔었다.
이어 쿡은 “오바마 여사는 사람에게 주어진 권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하며 기술이나 제품이 아니라 인류와 여성, 젊은이에 대한 사회적 발언을 할 것임을 암시했다. 최근 애플은 인터넷 프라이버시, 인종차별, 환경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목소리를 어느 때보다 크게 내왔다.
실제로 미셸 오바마는 이 자리에서 IT업계 내의 남녀평등과 여성들의 뛰어난 능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더 많은 여성들이 IT 업계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과 구글 등 실리콘 밸리의 IT 업계는 여성과 소수 민족의 고용과 관련한 다양성 문제를 매우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여성 고용 비율은 20% 안팎으로 수년간 답보 상태에 있다.
쿡은 트위터에 “다양성과 혁신에 대한 관점을 나눠주고, 개발자들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도록 북돋아줘서 고맙다”고 미셸 오바마에게 감사의 표시를 했다. 지난 1월 백악관을 떠난 미셸은 “우리 부부는 지난 10년간의 믿기 어려운 (백악관) 여정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이제 좀 숨을 쉬고 있다”고 최근의 생활을 소개하기도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