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와 체리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커피열매 과피를 까면 씨앗(파치먼트)이 몇 개 나올까요?
지난 3일 오후 전남 담양군 금성면에 위치한 담양커피농장을 방문한 단체 체험객에게 농장대표가 간단한 인사와 함께 커피와 관련된 질문을 던진다. 인근 추월산 산행을 마치고 방문한 30여명의 체험객들은 저마다 자신 없는 답을 쏟아 놓는다.
농장대표인 임영주 커피농부(본인이 농부로 불러주길 원함)는 ‘씨앗(핵과)이 있으면 체리이고 씨앗이 없으면 베리’라고 한다. 그래서 커피열매를 ‘커피체리’라고도 부른단다. 커피 열매 속 씨앗도 하나이면 피베리(peaberry Bean), 둘이면 플렛빈(Flat Bean), 세 개가 들어 있으면 트라이앵글러 빈(Triangulae Bean) 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커피와 관련돼 일반인이 평소에 궁금했던 점, 잘못 알고 있는 상식에 관해 차근차근 설명을 들은 체험객들은 본격적으로 커피열매 수확을 위해 체험장과 붙어있는 농장 안으로 들어섰다. 비닐로 된 하우스 내부는 열대작물을 키우는 장소여서 열기로 가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원하고 깔끔했다. 임 대표는 커피의 생육 조건이 온도와 일조량만큼 중요한 항목이 환기라고 말한다. 또한 평균 15~25°C의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커피나무를 담양커피농장에서는 유묘 때부터 저온에서 한국 기후와 풍토에 적응시켜 튼튼한 나무로 키워 낸다고 설명한다. 아프리카처럼 덥지 않은 기후 조건에서도 잘 자란 커피나무들에는 포도송이처럼 붉은 열매들이 탐스럽게 달려 있고 자스민향 가득한 순백의 커피꽃과 초록잎들은 윤기로 반질반질했다. ‘커피 열매는 3개씩만 수확하세요’라고 미리 안내는 받았지만 일부 체험객은 빨간 열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몰래 한 알을 따 입에 넣고는 체리보다 더 달콤함 맛과 향에 감탄했다. 일반인들의 상식과 달리 잘 익은 커피열매 과육의 당도는 일반 과일에 뒤지지 않는다.
커피체리 수확 후에는 체험장으로 돌아와 직접 커피를 볶고(로스팅) 추출(핸드드립)했다. 자신들이 내린 커피와 옆 테이블에서 내린 커피를 나눠 시음(커핑)하면서 자신이 만든 커피 맛이 최고라며 모두들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이외에도 이곳 농장에서는 커피잼, 커피딸기잼, 커피화분 만들기 등 커피에 대해 모든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커피농장 방문이 처음이라는 조경운 씨는 “내 손으로 커피열매를 따보고 원두를 갈아서 볶고 커피를 내리는 과정 모두가 새로웠다”면서 “첫 경험이지만 다른 팀보다 자신이 내린 커피 맛이 최고”라고 자랑했다.
인생 이모작을 커피농사로 시작한 임대표는 원래 중앙일간지, 통신사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 기자출신이다. 기자시절 아프리카 커피농장을 방문하면서 커피의 매력에 푹 빠진 임대표는 커피 농부가 되기 위해 향미전문가(FMC) 자격증과 이탈리안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4년 전 고향인 담양으로 돌아왔다. 귀향 후 커피농사에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지만 열대작물인 커피나무 키우기가 그리 녹녹치 않았다. 냉해로 어렵게 구한 묘목을 모두 죽이기도 했고 일정규모 이상의 농장과 체험장을 조성하다보니 자금난에도 허덕였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일에 매달리다 보니 건강도 많이 헤쳤다. 뚝심으로 밀어붙인 그는 4년 전 50평 시설하우스에서 시험재배를 시작으로 지난해 가을에는 마침내 400평 대규모 현대식 하우스를 완공했다. 현재 3대륙 8개국 10종 아라비카종 성목 200그루와 1-3년생 5,000그루, 유묘 1,000그루가 농장에 가득하고 본격적으로 커피를 생산하면서 다양한 커피체험과 알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명성을 높여가고 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임영주 대표는 “제 2커피농장 확대와 애플망고 등 아열대 작물 재배, 식품가공 확대, 팬션 사업, 카페 겸 미술관 운영 등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시켜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야무진 청사진을 밝혔다.
담양=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