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영장 재청구 어려워지나…최순실 "한시름 놨다"

입력 2017-06-06 10:01

최순실씨 딸 정유라(21)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검찰이 신중한 수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영장 기각 이후 사흘이 지났지만 정씨 소환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숙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6일 "차분하게 무엇을 해야 할지 봐야 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정씨를) 소환하지 않을 듯하다"고 밝혔다.

◇ '구속 사유'가 필요한데…

검찰이 지난 2일 정씨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적용한 혐의는 청담고 허위 출석과 관련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와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였다. 법원은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춰 현시점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구속할 필요가 적어 보인다'는 취지였다. 검찰은 재수사를 통해 혐의 입증 자료를 추가한다고 해서 판단이 달라질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정씨 소환을 당분간 미룬 것은 수사 방향을 점검하기 위한 필요성 때문으로 보인다. 정씨는 검찰 조사 내내 "엄마가 한 일이라 잘 모른다" "사실과 다르다"며 '모르쇠'와 '부인'으로 일관했다.

정씨 아들(2)과 60대 보모가 곧 귀국하는 상황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덴마크 당국은 정씨의 불구속 결정으로 정씨 아들을 보호할 이유와 명분이 없다며 데려갈 것을 요구했다. 덴마크 올보르시의 거처에서 머물던 이들은 출국을 위한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보모는 지난 1월 정씨가 불법 체류 혐의로 덴마크 경찰에 체포될 때에도 함께 있었다. 정씨의 도피 경위와 과정을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커 검찰 수사에도 중요한 참고인이 될 수 있다. 검찰은 정씨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범죄수익 은닉 관련 혐의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최순실 "한시름 놨다"

구속 수감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는 딸 정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주변에 "이제 한시름 놨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정씨 영장 기각 이후 최씨 반응을 묻는 취재진에게 최씨가 걱정을 덜었다는 취지로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정씨가 강제 송환되기 직전인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삼성 말 한 번 잘못 빌려 탔다가 내 딸 완전히 병신 됐다"며 울분을 토했었다. 그는 “애를 자꾸 죽이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고, 재판부가 제지하자 "딸이 들어온다고 해서 오늘 좀 흥분이 돼 있다. (검찰이) 내 딸한테도 책상을 쳐가면서 협박할 거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수감생활과 재판 중에도 딸 문제에 관해선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던 최씨는 정씨의 영장 기각 이후 "걱정을 덜었다"면서 이제 자신의 재판에 집중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출석해야 했던 5일 재판에는 나오지 않았다. 구치소에서 넘어져 다쳤다는 게 이유였다.

재판부는 “최씨가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며 “어지럼증으로 (구치소) 방안에서 넘어져 온 몸에 타박상이 심하고, 특히 꼬리뼈 통증이 심하다는 이유”라고 했다.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아침에 몸이 안 좋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정유라) 구속영장 실질심사 당시에도 몸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재판을 매주 4일 이상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2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