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20대 여성과 10년 동안 사귀다 결혼식을 미루려고, 암에 걸린 척 행세하는 등 거짓말을 일삼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 남성은 결혼한 뒤에도 자살한 것처럼 꾸며 아내에게 유골을 전달하기도 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 3단독 신영희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모 대기업 연구원 A(40)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06년 당시 25살이던 피해자 B씨(36)를 만났다. 그는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교수 임용을 꿈꾸는 서울대 대학원생으로 소개했다. A씨는 지난해 교수로 임용되려면 대학에 돈을 내야 한다며 8000만원을 빌리기도 했다.
그러나 A씨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교수 임용을 앞둔 것처럼 말했지만 그는 실제로 국내 유명기업의 연구원이었다. 지난 2015년 4월 청첩장을 돌리고 결혼식장도 예약했지만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A씨는 집안 문제를 들먹이며 결혼을 미뤘다.
A씨의 거짓말은 더 심해졌다. 올해 1월 B씨가 결혼을 서두르자 A씨는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았다"고 둘러댔다. B씨가 "내가 병간호하겠다"고 했고,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렸다.
A씨의 사기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결혼한 뒤 잠적했다. 또 자살한 것처럼 꾸민 뒤 심부름센터를 통해 B씨에게 유골과 유서를 전달해 주기도 했다.
신영희 판사는 A씨가 “신뢰 관계를 이용해 거짓말로 돈을 챙긴 죄질이 불량하며, 범행 이후 거짓 결혼식·가짜 암 선고 핑계로 잠적·허위 자살 소동 등으로 범행을 은폐하려 한 방식도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가 A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고, 진심 어린 사과조차 받지 못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절망을 겪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