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5일 국방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발사대 4기 보고 누락과 관련해 “국방부는 미군 측과 비공개하기로 협의해 이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관련 보고를 누락했다고 청와대가 결론지은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이런 내용을 담은 사드 보고 누락 관련 진상조사 결과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의도적 보고 누락은 위승호 국방정책실장 주도 하에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윤 수석은 “지난달 26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업무보고 당시 국방부 실무자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는 이미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 이외 4기가 추가 반입돼 보관중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며 “보고 검토 과정에서 위 정책실장이 이런 문구를 삭제토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윤 수석은 이어 “위 정책실장은 4기 추가 반입 사실은 미군과 비공개하기로 협의했기 때문에 삭제했다고 말했다”며 “미군과의 비공개 합의는 언론대응 기조이지 국군통수권자 보고와는 별개 문제다. 구두로도 보고하지 않은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청와대는 그러나 ‘의도적 보고 누락’의 윗선으로 지목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는 관련 지시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대신 위 정책실장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선에서 조사를 일단락지었다.
청와대는 또 국방부가 사드 배치 관련 환경영향평가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려 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윤 수석은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25일 보고서에서 전체 공여부지 70만㎡ 중 1단계 공여부지 면적을 32만8779㎡로 제한했다”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받도록 계획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기존 국방부의 설명과 다른 내용이다. 지금까지 국방부는 주한미군에 공여된 부지가 약 32만㎡여서 일반 환경영향평가 기준인 사업면적 33만㎡에 미달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청와대 조사결과를 보면 국방부는 사드를 신속히 배치하기 위해 ‘사기극’을 벌인 셈이 된다. 실제 주한미군에 공여키로 한 부지는 70만㎡였지만 국방부가 환경영향평가를 최소화하기 위해 1단계 부지 면적을 33만㎡ 미만으로 끼워맞춘 뒤 2단계 부지를 추가 공여키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국방부가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쓴 것과 관련해서도 진상조사를 할 계획이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은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시도가 어떤 경위로 이뤄졌으며, 누가 지시했는지 추가로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며 “국민적 관심사인 사드 배치가 국민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국방부에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