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묻어 나오는 대구대 명소 ‘카페이음’

입력 2017-06-05 16:32
천리화, 하티사우, 우메자와 미키씨(왼쪽부터)가 직접 만든 커피를 들고 ‘카페이음’에서 포즈를 취했다. 대구대 제공

“다른 학교 학생들은 캠퍼스에 ‘스타벅스’가 있다고 자랑하지만 저희에게는 ‘카페이음’이 있어요.”

대구대 캠퍼스에는 ‘착한 커피’로 학생들이 늘 붐비는 곳이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카페이음(Cafe-Eum)’이 바로 그곳이다. 가격이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 가격의 절반인데다 커피향보다 더 진한 사람 향기가 물씬 풍겨나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곳에서는 베트남과 중국, 일본에서 각각 한국으로 시집온 하티사우(30), 천리화(41), 우메자와 미키(50) 씨가 손님을 맞는다. 국적도 다르고 3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도 다르지만 업무에선 손발이 척척 맞는다. 적게는 7년부터 많게는 20년이 넘은 한국 생활 덕분에 한국어로 주문받는 것은 이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곳의 맏언니인 우메자와 미키씨는 1996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 후 한국에 정착한 세 자녀를 둔 엄마다. 그는 “아이들을 키우며 틈틈이 통·번역 일을 하다 2015년에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적성에 딱 맞다”고 말했다.

8년 전 베트남에서 건너온 하티사우씨는 “출근시간이 10시라 아이를 등교시키고 출근할 수 있고 방학 때는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도 많다”고 만족해했다. 천리화씨도 “여성 외국인들이 일하기에 좋다”며 “특히 결혼이주여성을 채용하는 카페이음은 더할 나위 없는 직장”이라고 말했다.

대구대의 ‘카페이음’은 ㈔글로벌투게더경산이 결혼이주여성을 채용해 운영하는 커피숍이다. ㈔글로벌투게더경산은 삼성이 다문화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다.

2014년 9월 대구대와 경산시, ㈔글로벌투게더경산, 삼성사회봉사단이 안정적인 운영과 다문화 가정의 경제적 자립 지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후 이곳에 카페이음의 문을 열었다. 대학 캠퍼스에 ‘카페이음’이 문을 연 곳은 대구대가 유일하다. ‘카페이음’의 수익금은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교육과 다문화가정 화합 프로그램 운영 등을 위해 쓰인다.

경산=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