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SOC·선심성 예산 없는 ‘3無 추경’ 어떻게 가능했나

입력 2017-06-05 10:44


정부가 5일 발표한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은 기존 추경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빚(적자국채)을 내지 않았고,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선심성 사업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정부가 마련한 추경 재원 11조2000억원은 3가지로 구분돼 있다. 올해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 8조8000억원과 지난해 정부가 쓰고 남은 돈(세계잉여금) 1조1000억원, 기금 재원 1조3000억원이다. 나라 곳간의 여윳돈으로 추경 때마다 되풀이되는 재정건전성 논란을 피했다. 달리 해석하면 이번이 정부 재정을 쏟아부어야 할 마지막 기회라고 본 셈이다. 정부가 배수진을 치고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었다는 의미다. 적자국채 발행 없이 추경예산을 편성한 것은 박근혜정부 때인 지난해(11조원) 이후 두 번째다.

특히 정부는 초과세수가 발생할 경우 일부는 나라빚 상환을 해야 하는 절차도 건너뛴 채 8조8000억원을 모두 일자리 추경에 우선 배정하는 초강수를 택했다. 박춘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지난 2일 사전브리핑에서 “올해 워낙 일자리 상황이 좋지 않아 채무상환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 추경 때처럼 대규모 SOC 사업이나 국회의원들의 지역 민원도 사라졌다는 게 정부·여당의 설명이다. 대신 보육·요양 등 사회서비스와 창업기업 자금 지원, 노인·여성 일자리 환경 개선 등 일자리 사업에 예산편성이 집중됐다.

하지만 모든 예산이 일자리 창출에 쓰일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전체 추경예산 중 지방에 내려보낸 3조5000억원 규모의 예산이 변수다. 정부는 보육교사나 사회복지사 채용 등 일자리 관련 사업에 쓰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방침이지만 세부적인 예산지출계획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알아서 짜야한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가 단기간에 배정된 예산을 모두 일자리사업에 쓰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