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고마운 한국, 바누아투 축구에 꾸준한 관심을…

입력 2017-06-04 23:32
이덕진 선교사 제공

바누아투 축구 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를 당한 뒤 일찌감치 짐을 쌌다. FIFA 랭킹이 179위로 참가국 중 최약체였다. 하지만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패기로 한국 팬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이덕진 선교사 제공

바누아투 대표팀을 최근 수개월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가 있었다. 바누아투와 뉴질랜드에서 스포츠 선교활동을 펼쳐온 이덕진 선교사다. 이 선교사는 지난 4월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바누아투 대표팀을 만나 이번 대회 기간 동안 동고동락했다. 지난 2일 바누아투로 떠나기 전 그는 “바누아투 대표팀이 한국 교민들에게 큰 도움을 받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스포츠 관계자들에게 “바누아투 축구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이덕진 선교사 제공

이덕진 선교사 제공

바누아투 선수들은 대회 소집기간 동안 재정적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지난 4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때는 면에 간단한 소스만 뿌린 파스타를 먹으면서 훈련했다.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뉴질랜드의 한국 교민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한국 교민들이 운영하는 오클랜드 코리아나떡집, 오클랜드 김보연 제과, 헬스 NZ 건강식품점, NZ123마트 등에서 대표팀에 간식과 식사를 제공했다. 한창 먹을 것을 찾는 20세 이하 청소년들에겐 더할 나위없는 도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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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조별리그 기간에는 한국인들이 바누아투를 위한 응원전을 펼쳤다. 바누아투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의 친척들, 바누아투에 잠시 정박했던 원양어선원들이 경기장을 찾아왔다. 특히 제주도 법환교회에서는 70여명의 응원단이 경기장을 찾아 바누아투 대표팀을 응원했다. 대전 월드컵 조직위의 도움으로 응원용 대형 현수막과 바누아투 국기가 제작되기도 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바~누아투’로 바꿔 외치며 바누아투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했다. 바누아투 주장 봉 칼로는 “한국 분들이 열심히 응원해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특히 준 응원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이덕진 선교사 제공

이 선교사는 “스포츠가 경제에 기여하기도 하지만 인류 화합과 교류의 장이 되길 바란다. 올림픽 폐막식처럼 월드컵에서도 선수들이 모여 교류할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바누아투 선수들이 대회 기간 동안 같은 조의 타국 선수들과 어울리고 싶었지만 서로가 성적을 두고 싸우는 처지여서 그러질 못했기 때문이다. 평소 교류가 드문 바누아투 선수들이어서 아쉬움이 더 컸을 터다.

이덕진 선교사 제공

바누아투에는 동물원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바누아투 선수들은 조별리그가 끝난 뒤 한국의 테마파크를 찾아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FIFA 측이 제공한 귀국 비행기편에 맞추다보니 결국 무산됐다. 이 선교사는 “FIFA가 조금만 더 배려해줬다면 바누아투 청소년 선수들이 추억도 쌓고 축구선수로서 더 큰 꿈을 가졌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덕진 선교사 제공

바누아투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여러모로 한국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스포츠계 관계자들이 이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잠재력 넘치는 유망주와 더 가까이서 마주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