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 연이은 가스누출·폭발·화재사고, '안전점검' 헛구호

입력 2017-06-04 17:20 수정 2017-06-04 17:44

한화케미칼 여수공장의 가스누출로 인한 폭발·화재 사고와 관련해 정부가 ‘안전 한국’을 외치면서도 형식적인 안전점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0일 폭발·화재 사고가 일어난 한화케미칼 여수 1공장의 PE(폴리에틸렌) 생산라인에 대해 사고 발생 4일 전에 꼼꼼한 안전점검을 실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쾅’하는 큰 폭발음에 이어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4~26일까지 3일간 중대산업재해예방센터·산업안전보건공단과 공동으로 한화케미칼 여수공장 전체에 대해 특별안전보건감독을 실시했었다.

고용노동부 여수지청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가 발생한 한화케미칼 1공장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과 함께 종합 안전진단 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한화케미칼은 안전·보건·관리 등 3개 분야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전문기관으로부터 안전정밀진단을 받게 된다.

한화케미칼 여수공장은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하기 일주일 전인 지난 22일에도 원료 압축기 배관 파손으로 유독가스(자일렌)가 유출돼 현장 근로자 11명이 가스를 흡입, 병원으로 긴급 이송해 치료를 받았다.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은 자일렌 누출사고와 관련한 조사를 실시해 안전규칙준수를 위반한 사항 12개, 위반건수 28건을 적발했다.

또 조사과정에서 일부 현장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 미실시 여부가 확인됨에 따라 한화케미칼의 ‘안전불감증’ 의식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 국과수와 함께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안전규칙 준수에 대한 위법사항이 드러날시 관련자들을 전원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번 폭발·화재는 지난달 30일 오전 한화케미칼 1공장 PE 생산라인을 가동하던 중 고압분리기 압력 상승으로 인해 설비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밸브 혹은 압렵제어 보조 장치가 터졌고 이로 인해 에틸렌 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공장은 화재 발생 당시 ‘쾅’하는 폭발음과 함께 검은색 연기 기둥이 솟아 오른 뒤 곧바로 화염에 휩싸였다.

한화케미칼㈜은 플라스틱 재료인 폴리에틸렌, 폴리염화비닐, 가성소다 등 다양한 기초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대형 화재나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이번 화재가 발생한 곳은 열가소성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 생산 공장이다. 폴리에틸렌은 연소되면서 용융 액면이 넓어지는 성질이 있어 화재의 확산이 빨라지는데 따라 초기 화재 진압에 실패할 시 대형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여수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한화케미칼 여수공장이 지난달 22일 독가스 유출사고에 이어 또 다시 1주일 만에 가스누출·폭발·화재사고를 일으키며 여수산단에서 가장 위험한 사고 반복으로 여수시민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다”며 규탄했다.

한편 한화케미칼은 1986년에 에틸렌 가스 누출에 의한 폭발 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또 2001년에는 황산드럼 폭발 사고로 2명의 사상자를 냈다.

여수=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