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50억원대의 땅을 소유했지만 정신질환으로 가난하게 살고 있는 60대 노인의 전 재산을 빼앗고, 노인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정보기관을 사칭하며 A(67)씨를 폭행해 부동산을 빼앗고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킨 혐의(특수강도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정모(45)씨 등 주범 4명을 구속하고 박모(59)씨 등 공범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젊은 시절 자수성가한 사업가였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1993년 부도가 나자 A씨는 남은 재산으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100평,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70평짜리 땅을 샀다. 이후 양재동 땅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주차장을 운영하며 20여년을 살았다.
주변 주민들과 상인들은 경찰 탐문조사에서 “(A씨가) 빵으로 끼니를 때울 정도로 절약하면서도 마지막 재산인 토지에는 강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A씨는 가족이 없었고 친척이나 이웃과의 교류도 없었다. 하지만 주변 부동산 등을 통해 그를 둘러싼 소문이 퍼졌다.
양재동에 오래 거주해 A씨 이야기를 알고 있던 박모(57)씨가 이를 부동산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정씨에게 전하면서 함께 범행을 계획했다.
또 이들은 지인 김모(61·여)씨에게 “빌라 한 채를 사주겠다”며 꼬드겨 A씨와 결혼한 척 허위 혼인신고를 하도록 했다.
세 사람은 정씨 회사 직원 임모씨와 함께 2015년 1월 말 A씨의 컨테이너로 쳐들어갔다. 이들은 A씨가 정신질환 탓에 정보기관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미리 파악해 “안기부에서 왔다. 당신을 수사하고 있다”며 A씨를 전기충격기 등으로 폭행했다.
폭행과 협박으로 A씨가 자신들의 말을 듣게 한 후, 부동산 매도용 인감증명 등 필요한 서류를 떼도록 지시하고 감시했다. 서류를 모두 받은 다음에는 A씨를 충북 청주 등 지방 모텔로 데리고 다니며 7개월간 감금시켰다.
정씨 일당은 이 과정에서 A씨의 부동산을 모두 팔아치웠다. 2015년 2월쯤 양재동 땅을 팔고 4월쯤 성내동 땅을 팔아, 세금을 떼고 30억원가량을 챙겼다.
돈을 챙긴 후 이들은 전북의 한 정신병원에 A씨를 강제 입원시켰다. 허위 혼인신고를 한 김씨가 A씨의 법적 보호자로 돼있었기 때문에 강제 입원이 가능했다.
경찰은 A씨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개월 만에 이들 일당을 모두 검거했다. 주범인 정씨와 박씨, 김씨, 임씨가 구속됐고, 폭행이나 감금에 단순 가담한 공범들은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범행으로 얻은 돈을 다른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실패하고 남은 돈은 강원랜드에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아직 정신병원에 있는 A씨의 보호의무자를 지방자치단체로 전환하고, 치료비·생계비 및 법률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빼앗긴 두 땅에는 모두 다세대 빌라가 들어섰다고 전했다.
권중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