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홀로 사는 50억대 재력가 납치… 안기부 사칭 전재산 '꿀꺽'

입력 2017-06-04 10:26
픽사베이 자료 사진

강남의 홀로 사는 50억대 재력가 노인을 납치해 부동산을 빼앗고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독거노인 한모(67)씨를 납치·감금하고 고가의 토지대금을 가로챈 부동산투자회사 운영업자 정모(45)씨 등 4명을 특수강도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또 폭행에 가담한 박모(59)씨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 등은 지난 2015년 1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컨테이너박스에 홀로 살고 있던 한씨를 납치·폭행해 매매에 필요한 서류를 받아낸 뒤 양재동과 성내동 일대 토지 매도대금 5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총책 정씨는 공범 박모(57·구속)씨로부터 한씨가 서울의 양재동과 성내동에 각각 100평(시가 35억원)과 70평(시가 15억원) 규모의 토지를 보유한 재력가이지만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한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합리적인 판단 능력이나 의사표현 능력이 부족한 상태로 친척이나 이웃과 교류없이 양재동에서 주차장을 운영하며 수십 년간 홀로 컨테이너에서 생활을 했다.

이들은 혼자 폐쇄적인 생활을 하는 한씨의 주변 사람 중에는 토지 처분에 대해 관심이나 의심을 가질만한 사람이 없을 것으로 판단, 공범 김모(61·구속)씨를 허위 혼인신고를 통해 법적 보호자(배우자)로 만들고 땅을 가로채기로 공모했다.

이 과정에서 정씨 등은 안기부 직원을 사칭해 한씨에게 접근, 전기충격기 등을 이용한 폭행과 협박을 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한씨가 안기부에 대한 피해망상을 갖고 있어 강하게 저항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들은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한씨를 강제로 차량에 태워 충북 청주 등의 일대를 옮겨 다니며 자신들이 관리하던 모텔 등에 7개월 동안 감금했다.

이후 허위 혼인신고한 김씨를 법적 보호자로 내세워 1년6개월간 한씨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켜 범행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의사의 진단과 법적 보호자가 원하면 강제입원이 가능한 제도의 허점을 악용했다.

김씨는 허위 혼인신고로 취득한 배우자 지위를 이용해 한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켜주면 빌라 한 채를 얻는 조건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시가 50억원 상당의 토지를 소유한 독거 노인이 토지가 매매된 후에 행방불명됐다는 첩보를 입수, 장기간 가족이 없던 한씨에게 배우자가 등재된 다음 토지매매가 이뤄지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을 토대로 수사에 나서 이들을 모두 검거했다.

경찰은 한씨가 입원 중인 정신병원과 협의해 한씨의 보호의무자를 허위 혼인 신고한 김씨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전환, 보호 중이다.

또 경제적 기반을 잃은 한씨의 치료와 생계비 지원 방안 등을 강구하고 향후 민사상 후견 제도, 피해회복 등을 위한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설립한 부동산 투자회사는 사실상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세운 실체 없는 페이퍼컴퍼니나 다름없었다"며 "이들은 기획부동산 투자나 유흥비 등으로 토지대금을 모두 탕진해 한씨가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한 푼도 없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