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으로 시작해 '스토리'로 끝난 김상조 청문회… 결과는?

입력 2017-06-04 08:57

지난 2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각종 '의혹'으로 시작했다가 그에 관한 여러 '스토리'를 대중에 알리며 막을 내렸다. 위장전입, 아내 취업, 아들 병역 등의 의혹이 쟁점이었던 청문회에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건 오히려 그의 낡은 가방과 아내의 암 투병 사연, 너무 돈을 안 써 이상하다는 생활 방식 등이었다. 

청문회 때문에 빼먹은 학교 강의를 바로 다음날 온종일 보충했다는 뒷얘기까지 전해지면서 많은 이야기를 낳았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7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부적격'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의 지명철회 또는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강경하게 반대하는 한국당과 달리 국민의당·바른정당은 반대의 강도나 상대적으로 약한 데다 채택 가능성에 여지를 두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이낙연 국무총리 경우처럼 캐스팅보트를 쥔 두 소수 야당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장관급 인사청문회는 국무총리와 달리 국회 인준 절차가 없어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 낡은 가방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장에 들고 온 커다란 가죽 가방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가방은 한눈에 봐도 낡아 있었다. 손잡이는 원래 색깔을 알 수 없을 만큼 누렇게 변질됐고, 옆면은 곳곳이 긁히고 변색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네티즌들은 “이 분의 삶이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낡은 구두가 생각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 후보자의 제자'라는 사람이 이 가방에 관한 글을 올린 터였다. 2000년대 초반 한성대에서 김 후보자에게 수업을 들었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는 “교수님은 제 가치관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신 분”이라며 김 후보자와의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정말 물욕이 없는 분이다. 애초에 관심도 없는 사람이다. 옷이나 신발, 이런 거 관심도 없고 당시에 진짜 거적대기 같이 너덜너덜하게 다 떨어진 가방을 들고 다녔는데 대학원생 때부터 쓰던 거라 하셨다”고 회상했다. 그가 말한 가방이 김 후보자가 들고 온 가죽 가방이었다. 김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대학 다닐 때부터 들고 다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쓴이는 김 후보자에게 “사회적 지위가 있는데 가방 꼴이 그게 뭐냐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오히려 “사회적 지위가 뭐냐"고 반문하더라고 했다. 그가 “(경제개혁센터) 소장님이지 않느냐”고 하자 김 후보자는 웃으며 “맞긴 한데 그냥 대학원 때부터 쓰던 거라 편해서 쓴다. 이 가방이 뭐 어떠냐”고 말했다고 한다.

글쓴이는 “김 후보자는 늘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했다”며 “학생 가르치는 사람이 뭐 차가 필요하냐. 이러고 다니는 게 편하다고 말하시곤 했다"고 전했다. 이어 “교수님의 카드 신고액이 ‘0'원이라는 걸 사람들이 의심할 줄 몰랐다. 옆에서 잠깐만 지켜보면 이상하지 않다는 거 안다. 생활에서 돈 쓸 일이 없는 양반”이라고 덧붙였다.


◇ 주말 보강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김상조 후보 멘탈이 대단하다”며 트위터로 그의 근황을 알렸다. 민 의원은 인사청문회 청문위원이었다. 그는 "김 후보자가 어젯밤 10시30분까지 청문회 하고 오늘 오전 9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학생들에게 빼먹을 강의를 보강했다고 한다. 보통 같으면 스트레스 푼다고 한 잔 할 텐데”라며 이같이 전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가 끝난 뒤 "채택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무엇을 하며 지낼 거냐"는 질문에 “아직 학교에 강의도 남았고, 보강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그동안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마무리하겠다”고 답했었다.

민 의원이 김 후보자의 '멘탈'을 언급한 건 청문회의 강도와 수위가 어느 때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민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청문회라기보다 고문”이라고 지적했고, 청문회가 끝난 뒤 트위터에 “야당이 종합비리세트라며 시작했지만 결말은 우체통 게이트다. 해외체류 시 우편물 수취를 위한 주소 이전이 본인과 직접 관련된 의혹의 전부(이고) 나머지는 관행이나 부주의로 인한 것”이라고 했다.


◇ 위장전입 사연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청문위원들에게 아파트 특혜 매입, 다운계약서 작성, 위장전입, 논문표절과 부인 취업특혜 등 도덕성과 관련된 의혹을 집중 추궁 받았다. 청담동 아파트 매입 의혹에 대해 그는 “2동짜리 작은 아파트이고 그늘진 1층이라 미분양 상태였다. 복덕방을 통해 재건축 사무실에 찾아가 직접 계약했다”고 해명했다.

위장전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아내가 대장암 2기 판정을 받아 수술했고 수술한 병원이 강남에 있어 치료차 이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졌던 위장전입 문제의 사유가 주로 부동산 투자나 자녀 교육 때문이었던 것과 달리 암 투병 아내의 치료를 위해서였다는 게 알려지면서 큰 주목을 끌었다. 

김 후보자는 다운계약서 문제에선 “당시 관행이었다”고 사과했다. 또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해서도 “철저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 정의당 "합리적이고 성실·겸손"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3일 논평을 통해 "김상조 후보자가 공정한 시장경제에 대한 개혁성과 합리성을 갖추고 있고, 엄격한 도덕성 검증에도 성실하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며 적격 인사라고 평가했다. 김 후보자의 의혹 해명에 대해서도 "솔직했다"며 긍정적은 입장을 내놨다.

한 대변인은 "청문회에서는 보수 야당이 던진 '폭로성' 의혹에 대한 신상검증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정책검증도 진행됐다. 김 후보자가 재벌 중심 한국경제의 불공정 해소에 제대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보수야당은 인사청문회를 정부와의 힘겨루기 장으로 전락시키거나, 협치의 이름으로 적격인사를 부적격으로 낙인찍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 한국당 "부적격… 불공정위원장"

정준길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으로도 부적격 후보자고, 불공정위원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정 대변인은 "위장전입, 논문 표절, 청담동 아파트 분양 특혜, 다운계약서, 부인 건보료 문제 등 나열하기도 어렵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의 자료제출 미협조로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문 대통령은 국민이 원하는 협치를 하려는 전정성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거나 자진 사퇴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서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