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름없이 아버지는 술에 취한 채 술을 더 사오라고 엄마를 때립니다.
엄마가 말을 듣지않자 갖은 욕설에 마구잡이식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엄마는 언제나 그랬듯 아무런 저항없이 매를 맞고 있습니다.
어릴적부터 아버지가 무서워 반항한번 제대로 하지않고 자란 아들은 그날만큼은 엄마를 지켜드리고 싶어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막아섰습니다.
[청년기고] 범죄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범죄피해평가제도’
수원중부경찰서 피해자전담경찰관 경사 이희림
그 일이 있은 뒤 어느 아침…
파출부일을 하러 나간 엄마가 집에 없자 미리 준비한 식용유를 냄비와 주전자에 나눠 끓이기 시작한 아버지는 자고 있는 아들의 몸에 끓인 식용유를 들이 부었습니다. 단지 그날 엄마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온몸에 화상을 입고 겨우 목숨만 건진 피해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피해자를 지켜보는 엄마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자신 때문에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된 것같아 심한 자책감과 괴로움, 앞으로의 치료와 재활 등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자 그저 막막하기만 할 뿐입니다.
위 사례의 피해자의 어머니 A씨(50대, 여)는 30년 넘게 가정폭력에 시달려 평소 가해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과연 이 피해자가 법정에서 가해자로부터 받은 그간의 고통을 속 시원히 말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강심장이라해도 법정에 서면 논리정연하게 범죄 피해로 인한 복합적인 상황을 설명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경찰에서는 그런 피해자 어머니에게 ‘범죄피해평가제도’를 통해 그간 피해자와 본인이 겪어온 범죄 행위에 대해 용기있게 진술할 수 있도록 지원해 드렸습니다.
‘범죄피해평가제도’는 범죄발생 초기단계에 피해상담사 1급 이상의 자격요건을 갖춘 전문가가 피해자와의 상담과정을 통해 피해자의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2차 피해 등을 파악하여 보고서로 객관화한 후 형사기록에 첨부하여 형사사법절차에 반영될 수 있도록 경찰청에서 지난해 4월부터 시행하는 제도입니다.
강력사건 피해자 대부분 심각한 심리적·사회적 고통을 경험하나 경황이 없는 상태로 피해 진술을 하는 경우가 많고, 이 후 범죄로 인한 피해에 대해 소명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이 형사절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제도는 위와 같은 현실을 범죄피해자의 입장에서 범죄 피해자가 형사절차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피해상황을 피력하고 형사절차에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시행되는 제도입니다.
실제로 사법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은 오래전부터 피해자가 자신의 입장을 형사절차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전문가 도움을 받아 피해영향진술서(Victim Impact Statement)를 제출, 피고인 양형단계에 참고가 되고 있습니다.
‘범죄피해평가’의 대상범죄는 살인, 강도, 중상해, 각종 치사상 사건 피해자 및 위 사례처럼 피해가 장기간 지속된 상습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피해자 또는 가족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범죄피해평가’를 실시한 피해자 모두 피해 진술에서 미처 말하지 못했던 내용을 진술하므로 후련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양형자료가 필요한 검찰과 재판부는 객관화된 자료를 제공받으므로 만족스러워 하는 등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형사사건 처리에 있어 실체적 진실발견과 더불어 ‘범죄 피해자’를 고려한 사법활동이 이루어져 범죄 피해자가 피해의 후유증을 오롯이 혼자 감당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고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범죄피해평가’제도는 더욱 활성화 되어 범죄피해자가 두 번 눈물짓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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