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검사 출신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정유라씨가 검찰 이송 차량에서 다리를 꼬고 앉는 여유로운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대우받던 갑의 위치에서 나오는 익숙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정씨는 지난 31일 오후 2시 4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덴마크에서 체포된 지 151일 만이이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공항에서 대한항공 KE926편에 탑승한 직후 검찰에 체포된 정씨는 손목에 찬 수갑을 수건으로 가리고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씨는 귀국 인터뷰 내내 긴장하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질문한 기자를 빤히 쳐다보거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데 대해서는 “억울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회견 직후 인천공항에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가는 검찰 호송 차량 안에서도 다리를 꼰 채 여유롭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은 1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검사 출신으로서 정씨의 태도를 봤을 때 굉장히 여유롭다고 느끼진 않았나”라는 질문에 “일반적으로 피의자가 돼서 호송차를 타면 저런 자세가 나오기는 힘들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불안해 할 텐데 정씨 같은 경우에는 그냥 일반적인 젊은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런 모습이 아주 어려서부터 몸에 익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와 함께 다니면서 정씨가 받았던 대우는 항상 갑의 위치였다. 한 번도 을의 위치에 있어본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엄마가 앞장서서 모든 걸 다 해결해 줬다. 그래서 아마 정유라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모습이 몸에 익숙해져 있고 그런 모습이 그냥 그런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긴 시간 동안 한국에 송환될 때를 대비해서 머릿속에 이런저런 답변을 해야겠다고 준비하지 않았겠나. 그래서 준비된 측면이 하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20일 동안 계속 저런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김 의원은 “지금까지는 덴마크도 우리나라 구치소와는 다른 풍경이고 실질적으로 어떤 죄와 관련해서 추궁을 당하지 않았다. 그런데 앞으로 20일 동안에는 정말로 우리나라 구치소에 독방에서 검찰을 상대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도 계속 여유를 부릴 수 있을까 싶다”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20일이 될 거다. 그 20일 동안 똑같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정말 멘탈갑인데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날 어머니 최순실 씨가 있는 남부구치소로 수감됐다. 구치소에서도 정씨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교정당국 관계자는 “정유라가 구치소로 들어가면서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는가 하면 웃음기 띤 얼굴로 이사람 저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면서 "속된말로 멘탈갑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씨를 상대로 이대 부정입학과 학사비리와 관련된 업무방해, 삼성의 정씨 승마 지원 관련 의혹, 독일 부동산 구매 등과 관련한 외국환 거래법 위반 혐의 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씨는 “자신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정씨가 최씨와 공모한 정황이 있으며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국외 도피 생활을 했다는 점 등을 들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3일 새벽 기각됐다. 정씨 조사를 통해 국정농단 재수사의 동력을 확보하려던 검찰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범죄사실에 따른 피의자의 가담 경위,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정씨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