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엔이 동시에 대북제재에 나섰다. 북한 돈줄을 차단하기 위해 제재대상을 확대했다. 같은 날 우리 통일부는 민간단체 8곳의 대북 접촉 신청을 수리했다. 박근혜정부 때 사실상 단절됐던 남북 민간교류가 새 정부 들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압박 강도를 높인 미국 정부와 교류 물꼬를 튼 한국 정부. '동맹'의 대북 행보는 미묘하게 엇갈렸다.
◇ 美 재무부 "북한 인민군 등 10곳 제재 대상에 포함"
미국 재무부는 1일(현지시간) 인민군과 국무위원회 등 북한의 군부와 핵심 정부기관 등 단체 10곳과 개인 4명을 제재대상에 추가했다. 특히 러시아인과 단체가 처음으로 미국의 제재대상에 포함됐다. 제재대상에 오르면 미국 여행이 제한되며, 미국인 및 미국 기업과 거래가 차단된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조치에 항의했다.
제재대상을 살펴보면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뚜렷하다. 제재대상에 포함된 조선컴퓨터센터는 독일과 중국, 시리아, 인도, 아랍에미리트 등에 해외지사를 설치하고 해외노동자 송출에 관여한 회사다. 북한은 전 세계 40여개국에 약 5만8000여명의 노동자를 파견 중이다.
또 다른 북한의 돈줄인 석탄과 광물수출회사들도 대거 제재대상에 포함됐다. 송이무역회사는 석탄과 아연 등을 수출하고 있다. 독립석유회사는 러시아 기업과 원유공급계약을 맺고 100만달러(약 11억원) 상당의 석유제품을 수입했다. 조선아연공업총회사는 중국 랴오닝 성 다롄에 근거지를 두고 북한 광물을 수출하고 있다.
리성혁은 내각 합영투자위원회 부국장 출신으로 2014년 5월 평양 고려호텔에서 원산-금강산지구 개발계획을 발표하는 등 외국인 투자 유치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광은 내각 문화성에서 악기공업관리국 무역처장을 맡아 고가의 사치품을 수입하는 업무를 맡은 것으로 추정된다.
제재 대상에 포함된 러시아인과 러시아 기업들은 북한의 군수 연구개발과 조달 업무를 담당하는 단군무역회사와 연계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일 오후(한국시간 3일 새벽) 회의를 열고 제재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제재 대상으로는 개인 15명과 단체 4곳이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으로는 조일우 정찰총국 5국장, 김철남 조선금산무역회사 대표, 김동호 주베트남 단천상업은행 대표, 박한세 제2경제위원회 부위원장, 리용무 전 국방위 부위원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체로는 고려은행과 북한 전략로켓사령부, 무역회사 2곳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韓 통일부 "인도지원단체 2곳, 종교단체 6곳 대북 접촉 승인"
통일부 관계자는 2일 “인도지원 단체 2곳과 종교단체 6곳의 북한주민 접촉 사전 신고를 수리했다”면서 “민간 교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연하게 검토한다는 정부 입장에 따랐다”고 밝혔다.
대북 접촉이 승인된 인도지원 단체는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와 어린이어깨동무 등 2곳이다. 종교단체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 한국기독교연합사업유지재단, 평화3000, 단군민족평화통일협의회,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천태종 나누며하나되기 등 6곳이다.
이들 단체는 북한에 팩스 또는 이메일을 보내거나 중국 등 제3국에서 북측 관계자와 직접 접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의에 진전이 있을 경우 방북을 추진할 수도 있다. 다만 통일부는 대북 접촉과 별개로 방북 승인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문재인정부 취임 후 대북접촉 승인을 받은 민간단체는 10곳으로 늘었다. 통일부는 지난달 26일 대북 말라리아 방역 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 이어 지난달 28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의 대북접촉 신청을 승인했다.
현재까지 통일부가 접수한 민간단체의 대북접촉 신고는 40여건이다. 신고 중 상당수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난달에 집중적으로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인도지원과 종교 등 사회·문화교류 관련 단체의 대북 접촉 신청은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조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