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 결정을 둘러싸고 지구 온난화에 대한 비관론과 낙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기후 과학자들은 자칫 지구를 보존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제적으로 탄소 배출을 억제할 동력이 약화돼 전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매년 최대 30억t 이상 추가로 배출될 것이라는 비관적 분석도 나왔다.
미 국립대기연구센터의 기후변화 권위자인 벤저민 샌더슨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는 가정 하에) 전 세계가 2025년 이후 의욕적으로 행동에 나서더라도 (탄소 배출 억제) 목표 달성에 매우 큰 차질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대표적 환경단체인 시에라 클럽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역사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하며 “세계의 지도자가 어떻게 현실 뿐 아니라 도덕과 결별하는지 우리 후손들이 낙담하며 돌아볼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미국 과학자들은 지난해 트럼프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파리 협정을 준수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편지에서 “파리 협정에서 탈퇴하면 기후변화 문제에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면서 “해류에 거대한 규모의 변화가 일어나고 육지를 덮은 빙상이 녹아내리며 생물들이 멸종하는 사태가 촉발될 수 있다”고 경각심을 높였다.
반면 일각에선 이미 전 세계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어 미국의 협정 탈퇴가 예상 외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존 셸른휴버 독일 포츠담 기후 영향 연구소장은 “10년 전이라면 미국의 탈퇴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겠지만, 이제 미국이 파리 협정을 떠난다고 해도 전 세계는 깨끗하고 안전한 미래 건설을 위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한편 미국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 60개 이상의 지역 시장들이 트럼프의 결정에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1일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대통령의 협정 탈퇴 선언 직후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는 파리 협정 유지를 위한 ‘미국 기후 동맹'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쿠오모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백악관의 무모한 결정은 미국 뿐만 아니라 지구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우리는 과학과 기후변화의 현실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주지사들은 2025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배출량 대비 26∼28% 감축하는 목표에 전념하겠다며 다른 주에도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미국 기후변화대책 시장 회의(MNCAA) 소속 시장 60여명도 이날 파리 협정 목표를 위한 집단적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릭 가세티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이끄는 MNCAA는 성명에서 “우리는 각 도시의 기후변화 목표와 온도 상승을 섭씨 1.5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을 강화하고, 21세기 깨끗한 에너지 경제를 만드는 데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시장들은 에너지 효율성 향상과 재생 에너지 분야 투자 확대, 전기 자동차 수요 창출과 같은 약속도 함께 내놨다.
특히 빌 페두토 피츠버그 시장은 “(탈퇴 결정이) 피츠버그를 위한 것”이란 트럼프의 궤변에 대해 “피츠버그 시장으로서 우리 시민·경제·미래를 위해 파리 협정 가이드라인을 이행할 것을 확인한다”면서 “피츠버그는 전 세계와 함께 파리 협정을 따를 것”이라고 반박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