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지난달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에서 발생한 유치원 통학버스 화재 참사를 중국인 운전기사의 계획적 방화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고 2일 밝혔다. 운전기사가 해고에 앙심을 품고 미리 휘발유 등을 준비해 한국인 유치원생들이 타고 있던 차에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주중 한국대사관에 “사고 당시 버스 운전기사가 앞 차량에 추돌한 뒤 심신미약 상태에서 차에 불을 질렀다”는 조사 결과를 전달했다. 어린 생명들이 고의적 방화로 희생됐다는 사실은 큰 충격을 던져줬다.
참사 유가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유족 대표 김미석씨는 이날 “중국 수사당국의 설명이 납득되지 않는다”며 “사고를 운전기사의 책임으로 몰아가려는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운전석 뒤쪽에서 화재가 시작됐다는 당국의 설명에 의문를 제기했다. 현장을 찍은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면 분명히 운전석 쪽이 아니라 차량 오른쪽에서 불이 붙었다는 얘기였다. 김씨는 “조사결과 내용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며 “중국 공안당국의 조사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 불복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난여론도 들끓고 있다. 네티즌들은 중국 당국의 조사 결과에 분노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 네티즌은 “사고 당시에는 운전기사가 아이들을 탈출시키려다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운전기사 소행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고 썼다.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운전기사한테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사고가 실제로 앙심을 품은 심신미약자의 범행이라 해도 중국 정부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심신미약자가 유치원 통학버스의 운전을 맡을 수 있었는지, 숨진 어린이 11명이 다니던 학교(위해 중세한국국제학교) 측은 왜 사고차량이 몇 년 된 차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왜 차 안에 유리창을 깰 망치는 없었는지 등 의문이 남아 있다.
우리 정부도 중국 측의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외교부는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다수의 소중한 어린 생명을 앗아간 고의적 방화 사건이라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라며 “우리 정부는 중국 측이 장례절차와 보상 및 유족지원 등 합당한 사후처리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측과 관련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