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오찬을 하며 외교 현안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진행된 오찬은 예정됐던 70분을 훌쩍 넘겨 1시간50분 동안 이어졌다.
반 전 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한·미 정상회담은 정중하면서도 당당하게 임하시라"며 "해외언론 인터뷰를 잘 활용해 문 대통령 생각을 세계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총장님께서 경험을 빌려주시면 좋겠다. 새 정부 외교정책 수립과 외교현안 해결에 많은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본관 2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반 전 총장을 직접 맞이해 오찬장으로 안내했다. 반 전 총장은 “새 정부가 출발 잘해서 국민 지지를 크게 받고 있고, 미국 조야에서도 높은 평가와 기대를 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 상황 등 힘든 여건에 처해 있어 잠 못이루시는 밤이 많겠지만, 지금 국민의 지지도 높고 잘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 만난 정부 인사들도 주로 오바마정부 인사들이기는 하지만 한국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면서도 취임 초부터 국민 지지를 높게 받고 있는 새 정부에 기대가 많더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 정치는 소통하며 풀어가면 되지만 국제정치는 총장님께서 경험을 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이에 반 전 총장은 “외교도 국민 총의로 풀어가면 된다. 외교는 상대방이 있어 어려움이 많이 따르는데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 국가간 현안은 현안대로 풀고 또 다른 부분은 함께 풀어가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은 정중하면서도 당당하게 임하는 것이 좋다. 한·미동맹이 초석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 북핵에 대한 한·미간 공통분모를 잘 활용하는 게 좋겠다. 북핵 문제를 포괄적 단계적 근원적으로 풀어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철학은 미국과 같은 입장"이라고 조언했다.
반 전 총장은 "북한 문제도 초기에는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도 북한에 원칙적 자세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새 정부 출범 이후 NSC 상임위 성명을 보니 매우 적절한 수준이어서 잘 하셨단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대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일도 중요한데 이는 이산가족 상봉 같은 인도적 접근과 평창동계올림픽 등이견이 적은 비정치적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또 “해외 언론과 인터뷰 잘 활용해 문 대통령 생각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엔 사무총장 재직 때 역점을 뒀던 지속가능한 개발 언급하며 문 대통령의 노후 화력발저소 셧다운 조치에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한국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 대통령이나 총리가 이 분야를 관장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게 어떠냐고 정책 제안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새 정부 외교정책 수립과 외교현안 해결에 많은 조언 부탁드린다고 정중하게 요청했고, 반 전 총장은 연설이나 세미나 등을 통해 문 대통령 입장을 널리 전파하고 있고, 언제든 새 정부의 자문 요청에 기꺼이 응하겠다고 답했다. 오찬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은 1층 현관 앞까지 나가 반 전 총장 배웅했다.
반 전 총장은 청와대 방명록에 '모든 국민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시면서 활기찬 새 시대를 열어가시는 문재인 대통령님께 무한한 경의와 축하를 드린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위상을 드높이고 한반도 평화통일에 큰 성과를 이룩하시길 바란다. 2017년 6월 2일 반기문'이라고 적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