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전자검사의 진화 가속 페달, 검사비는↓ 항목은↑

입력 2017-06-02 11:24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 

몇 년 전 유방암 및 난소암 유전성 소인검사(Cancer predisposition panel)를 받고 암 예방 목적으로 멀쩡한 유방과 난소난관을 잘라내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건강한 그녀가 유전자 검사를 받은 이유는 외할머니와 이모 그리고 엄마로부터 난소암과 유방암에 대한 가족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 CEO였던 스티브잡스도 췌장암에 걸려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왜냐하면 암을 일으킨 돌연변이 유전자 타입을 확인하고 거기에 맞는 알맞은 최고의 항암제를 찾아 항암화학요법 및 표적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시 스티브잡스와 안젤리나 졸리가 유전자 검사 비용으로 지불한 액수는 우리 돈으로 무려 1억 2000만원이 넘었다.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돈을 유전자 검사비용으로 사용한 셈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과거지사’가 됐다. 기술발전과 더불어 암 선별에 활용되는유전자검사비가 개인당 불과 100달러 수준으로 낮아졌고,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유전자 검사 장비 개발업체인 미국 일루미나는 최근 암과 각종 유전질환을 가려내는 유전자 검사 비용을 100달러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개인맞춤 유전자검사 프로그램 상품을 시판하는 녹십자의료재단 등 국내 업체들도 사정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녹십자의료재단 관계자는 2일 “그동안 특정질환 하나를 선별하는데만도 10만~90만원씩 부과해온 것을 개선, 수백가지를 한데 묶은 패널검사 서비스로 재구성,제공하기로 했다”며 “이로써 검사비 부담이 기존 대비 50% 이하로 낮춰지는 효과에다 검사항목이 수백배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암∙유전 질환 등 돌연변이 유전자 찾는 NGS 유전자 검사

한편 유전자 검사에 사용되는 기기인 차세대 염기서열(NGS)분석기는 우리 몸 속 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서열을 해석하는 첨단과학기술의 총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몸 속 유전자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는 네 종류의 염기가 일정한 순서로 배열되어 있는데 여기서 일부분의 염기가 없거나, 순서가 뒤바뀌어 있는 등 변이가 발견되면 암이나 유전질환 발생률이 높아 지는 것으로 본다.

유전자 검사 기술 발전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그에 따른 법제를 개선 해 발맞춰왔다. 지난 2014년, 암∙심장병∙뇌혈관질환∙희귀난치질환 등 4대 중증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검사 11종에 대해 우선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6년 1월에는 희귀질환 진단을 위한 검사 항목 114항목과 특정 항암제 처방을 위한 검사 항목 5항목, 혈액암 진단 및 치료반응평가, 예후 예측을 위한 검사 항목 15항목으로 분류해 총 134종을 새로이 추가해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이는 이전에 유전자 별, 검사방법 별, 질환 별로 각기 분류된 유전자검사 분류체계를 검사원리 중심으로 통합하여 효율적인 요양 급여 결정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또 2016년말부터는 암∙희귀난치질환에 적합한 치료제를 위해 120종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추가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었다.

올해 2017년 3월부터는 이 모든 유전자 검사를암, 유전질환 별로 분류해 변이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필수 유전자를 포함한 유전자 패널을 구성하여, 하나의 유전자가 아닌 적게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까지 한번에 검사하여 건강 보험 적용을 받게 되었다.

건강보험이 적용된 NGS 유전자 패널 검사 대상은 고형암 10종(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난소암, 흑색종, 뇌의 악성종양, 위장관 기저종양, 소아신경모세포종, 원발성불명암)과 혈액암 6종(급성 골수성 백혈병,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악성 림프종, 형질세포종, 골수 형성이상, 골수증식종양)과 유전질환 3종(망막 색소 변성, 유전성 난청, 샤르코마리투스병)을 포함한 기타 유전질환(유전자 30개 이하 유전성 유전자 검사)등이다.

최근 NGS 유전자 패널 검사 기관승인을 받은 임상검사 전문 의료법인 녹십자의료재단은 유전성 암 유전자(Hereditary cancer syndrome panel), 비유전성 혈액암(Hematologic malignancy), 유전성갑상선저하증(Hypothyroidism panel), 리소좀축적질환(Lysosomal storage disease panel), 유전성뇌전증(Epilepsy panel), 유전성 부정맥 (arrhythmia panel), 유전성 심근병증 (Cardiomyopathy panel), 유전성 골격이형성증 (skeletal dysplasia panel), 유전성 근육퇴행위축 (muscular dystrophy panel), 유전성 운동실조증(ataxia panel)등에 대해 패널을 구성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