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강경화 부동산 의혹 보도' 사과했지만 태도 논란

입력 2017-06-02 00:35 수정 2017-06-02 01:29

손석희 JTBC뉴스룸 앵커가 고개를 숙였다. 1분51초간 정정보도를 통해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 두 딸의 거제 땅 기획부동산 매입 의혹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손 앵커는 1일 방송된 JTBC뉴스룸에서 ‘기획부동산’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았지만 통상적 의미와 달라 혼동을 드렸다”며 “이점에 대해서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JTBC는 지난 31일 강 후보자의 두 딸이 소유하고 있는 경남 거제시 땅이 기획부동산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JTBC는 “산을 깎아 만든 땅에 컨테이너 2동만 올라서 있다. 이 건물로 임야였던 땅이 대지로 변경됐다”며 “땅에 건물을 짓고 임야에서 대지로 바꿔 공시지가가 높아졌고, 이를 4개로 나눠 분할 매매했다는 점이 기획부동산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강 후보자 남편인 이일병 교수의 블로그를 근거로 “컨테이너 하우스는 실제 강 후보자의 남편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 반박했다. 보도 화면에 거제 땅 현장 사진이 아닌 포털사이트 다음 로드뷰 사진이 쓰인 것을 두고 ‘노룩 취재(현장에 가보지 않고 취재)’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외교부 역시 “시세차익 등을 의도한 투기목적의 구매가 아니다”라며 “강 후보자는 당시 유엔 근무중으로 토지구매와 주택건축에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후보자가 구매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고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손 앵커는 이날 정정보도에서 “현장에 기자가 있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이어 “기사는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출발한다는 원칙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했다.


손 앵커는 전날 보도 경위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강 후보자 딸 명의 땅에 주택이 완공된 뒤 임야에서 대지로 지목이 변경되면서 값이 크게 올랐다”면서 “땅이 쉽게 개발이 가능한 면적으로 쪼개져서 거래됐다는 점, 또 강 후보자 부부의 부동산이 서울에 이미 세 곳이 있는 상황에서 통상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검증 면에서 의혹 제기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손 앵커의 정정보도에 대해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SNS와 JTBC 정정보도 댓글에는 “사과인지 변명인지 구분이 안간다” “억지로 사과하는 느낌” “제대로된 취재와 보도가 진정한 사과”라는 의견이 이어졌다.

일부는 SBS 8뉴스 김성준 앵커의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정정보도와 손 앵커의 정정보도를 비교하기도 했다.

지난달 3일 김 앵커는 방송 시작부터 스튜디오에 선 채로 등장해 5분30초간 보도 내용을 바로잡고 사과했다. 당시 보도는 대선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엄청난 파문을 불러왔다. 보도본부장인 김 앵커는 정정보도에서 “기사 작성과 편집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지 못한 결과다. SBS 보도 책임자로서 기사의 게이트키핑 과정에 문제가 생긴 점에서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음은 손석희 앵커의 ‘강경화 후보자 의혹’ 관련 정정보도 전문

어제(5월31일) 뉴스룸이 보도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측의 '기획부동산 매입 의혹' 보도와 관련해서 오늘(1일) 외교부는 정정보도를 요청했습니다

외교부는 두 딸 명의의 거제 땅과 주택은 후보자의 배후자가 노후 생활을 위해서 구입한 것으로 투기 목적은 없었으며 실제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동시에 이 보도에 대한 시청자 여러분의 의문도 많이 제기가 돼서 오늘 뉴스룸은 왜 이 같은 보도를 하게 됐는가를 말씀드리고 또한 저희들의 입장도 전해드리겠습니다.

거제도 땅은 강 후보자 딸 명의로 구입이 됐는데 이전에 땅 소유주 명의로 주택이 착공된 이후에 이루어졌습니다.

완공된 뒤에는 임야에서 대지로 지목이 변경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값이 크게 올랐는데 땅이 쉽게 개발이 가능한 면적으로 쪼개져서 거래됐다는 점, 또 강 후보자 부부의 부동산이 서울에 이미 세 곳이 있는 상황에서 통상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 문제가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검증 면에서 의혹 제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희들의 판단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지적받은 것처럼 기자가 현장에 있지 않았다는 점은 모든 기사는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출발한다는 원칙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등기부등본과 현지 부동산 등을 상대로 한 확인은 사실에 미흡하거나 왜곡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기획 부동산이란 용어를 썼는데 부동산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한 것이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쓰는 의미와 달라서 혼동을 주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도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