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보 6곳의 수문이 열렸다.
정부는 1일 오후 2시를 기해 ▲낙동강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 등 6개 보의 상시개방을 시작했다. 아직 개방하지 않은 나머지 보 10곳(한강 3곳·낙동강 4곳·금강 2곳·영산강 1곳)에 대해서는 생태계 상황, 수자원 학보, 안전성을 검토해 개방 수위와 방법을 단계별로 확정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이명박정부에서 추진된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했다. 정부는 같은 날 국무조정실에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국토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통합 물관리 상황반을 설치했다. 보 개방은 문 대통령의 정책감사 지시 열흘 만에 이뤄졌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보 개방에 따른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구시는 ‘낙동강보 상시개방 관련 대책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1단계 개방으로는 농업용수 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수위가 더 낮아지는 2단계 개방 시 대응 등에 대해 논의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강정고령보에서 ‘4대강 사업 적폐청산’ ‘흘러라 4대강’ ‘보 수문 개방 확대'라고 쓴 현수막을 펼쳤다.
충남도의회 윤석우 의장과 조길행 의원 등은 금강 공주보 개방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두 의원은 “충남 서북부 유일한 상수원인 보령댐 저수율이 역대 최저인 10% 미만으로 떨어졌다”며 “수문마저 개방하면 농지 물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수상스포츠대회 등의 차질도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전남 나주시는 영산강 죽산보 개방으로 농업용수 공급 차질이나 영산강 여객선 운항 취소는 없을 것이라며 지역민들을 안심시켰다. 다만 기존 수위에 맞춰 설치된 선착장으로 인해 유람선 접안과 승객들의 승하선이 불편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장 점검 후 계류시설을 보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해명에 나섰다. 정부는 세종청사에서 열린 환경부·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 합동 브리핑에서 “농업가뭄이 심한 경기 남부와 충남 서북부 지역은 6개보와는 떨어져 있다”며 “보 개방과 가뭄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보를 개방하면서 수위를 많이 내리지 못하는 것은 가뭄 탓이 아니라 양수장 취수구의 위치 문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공주보 하류∼백제보 구간 농업용수 공급 차질 우려에 대해서도 “백제보는 개방하지 않기 때문에 농업용수 공급에는 지장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개방된 보를 관찰하고 비상 시 대응할 수 있는 모니터링을 병행한다. 국토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등 관계기관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가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그 결과는 농민 등 주민에게 전달된다.
대구·창녕·나주·청주·세종=최일영 이영재 김영균 홍성헌 유성열 기자, 정리=김철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