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心) 놓고 맘(mom) 하자!'

입력 2017-06-01 17:06 수정 2017-06-01 17:10
임신·육아 등 장기 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앞 둔 대한항공 객실승무원들이 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훈련센터 내 객실훈련센터에서 업무 복귀를 위한 복직교육을 받고 있다.

"출산 후 복직을 기념해 다 같이 셀카 한번 찍자"
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훈련센터 교육실에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여성 두 명만 모여도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는데 16여 명의 여성들이 만났으니 오죽하랴. 이들은 바로 출산으로 인한 2년이라는 장기간의 휴직 후 복직을 앞두고 있는 자녀를 둔 기혼 여성 승무원들이다. 그들에게 있어 출산휴직은 흠이 아니다. 회사를 위해 복직한다는 당당함이 넘친다. 장기간의 휴직으로 인한 눈치는 그들에겐 사치다. 복직을 위한 준비를 하기에도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측에 따르면 여성 승무원들은 매년 객실승무원 평균 400여 명이 임신 휴직 및 육아휴직을 사용한다고 한다. 임신을 확인한 순간부터 육아휴직을 포함해 최대 2년까지 쉴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여성인력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기 위해 객실승무원이 장기 휴직 후에도 빠르게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매달 차수별로 복직교육을 진행한다고 한다. '써도 된다'가 아닌 제대로 된 출산 휴가 장려정책을 펴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결혼·출산 행태 변화와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 보고서를 보면, 고용보험 산전후휴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여성 직장인이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비율은 2014년 기준 육아휴직 여성의 56.6%인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을 한 여성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은 복직 뒤 1년 안에 직장을 떠난다는 조사 결과다.

대한항공은 육아휴직, 산전후휴가, 가족 돌봄 휴직 등 법적 모성보호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권장한다.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하는 사내 문화 덕분에, 매년 평균 600 명 이상(남성 포함)의 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한다. 육아휴직 평균 사용률도 95% 이상, 육아휴직 복귀 후 1년 이상 근무 비율이 84% 이상이다. 16%는 기타 다른 이유로 인한 휴직자나 해 출산으로 인한 휴직, 퇴직자 등이다.

정부는 국내의 저출산 문제로 인한 출산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인프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육아휴직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출산 후 휴직에 대한 전반적인 기업의 인식은 정부의 입장과 차이가 크다. 결혼 후 출산은 직장에서 즐거움이 아닌 '짐'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의 저출산 문제는 심각 수준을 넘은 위험 단계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퇴사 고민 없이 마음 놓고 직장을 다닐 수 있는 배려와 제도적 지원이 가능하다면 저출산의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여성 인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안정적인 직장 생활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제도적 지원과 사내 문화 확산이 필요하다. 맘(心) 놓고 맘(mom) 할 수 있는 기업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이다.



임신·육아 등 장기 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앞 둔 대한항공 객실승무원들이 교육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