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박이 여름의 시작을 알렸다. 영상 30도의 코앞까지 치솟은 초여름 날씨에서 지름 3㎝ 안팎의 굵은 우박이 전국에 쏟아졌다.
기상청은 1일 오후 3시10분 기상특보를 내고 “중부지방과 경북을 중심으로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렸다”며 “우박이 일부 내륙지방에서 쏟아졌다. 밤까지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우박은 정오를 전후로 서울과 경북 등 전국 곳곳에서 관측됐다. 서울에서는 오전 10시쯤 손톱 크기의 우박을 목격한 시민들의 사진과 영상이 SNS에 올라왔다. 국민일보의 한 독자는 “빗소리가 크다고 생각했다. 우박이었다”며 오전 10시5분쯤 서초동에서 촬영한 영상을 제보했다.
경북 영주시에선 낮 12시30분부터 10여분 동안 지름 0.5~3㎝ 크기, 봉화군 산간지역에선 20분 뒤 지름 3㎝ 안팎 크기의 우박이 각각 관측됐다. 각 시‧군은 낙과와 비닐하우스 파손 등 우박으로 인한 농가 피해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그레고리력에서 여름에 해당하는 시기는 6~8월이다. 6월 첫 날인 이날은 달력상 여름이 시작되는 날로 볼 수 있다. 기상청이 이날 관측한 전국의 낮 최고기온은 21.6~27.3도, 습도는 50% 안팎이었다. 가벼운 산책으로 땀이 흐를 수 있는 초여름 날씨가 나타났다.
초여름 더위를 뚫고 내린 얼음덩어리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하지만 기상청은 우박이 형성되기에 적합한 계절로 초여름을 지목한다. 초여름은 대기 상‧하부 사이의 기온 차이를 크게 벌린다. 이렇게 불안정해진 대기에서 두꺼운 비구름인 적란운이 발달한다. 적란운 속 눈은 주변의 물방울을 얼려 우박을 형성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우박은 지표면으로 떨어진다.
기상청의 기상백과는 “영상 5∼25도 기온 분포를 나타내는 계절에 우박이 가장 많다. 특히 굵은 우박은 기온이 높은 계절에만 내린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상공은 최근 대륙 북서쪽의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기온이 하락한 반면, 지표면은 늘어난 일조량으로 고온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내린 우박은 그 결과물이다.
김철오 박상은 기자, 사진=최현규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