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아동, 52년 만에 찾았다

입력 2017-06-01 10:55 수정 2017-06-01 19:34

실종됐던 아이가 52년이 지난 뒤 초로의 나이가 돼 가족 품에 안기게 됐다. 꿈에도 못 잊던 부모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오빠와 극적인 해후를 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소장 김진)은 1965년 실종아동 이영희(59) 씨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극적으로 가족과 상봉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씨는 1965년 8월 1일 당시 만 7세의 나이에 서울 남대문시장 인근 전차 정류장에서 실종됐다. 

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던 어머니를 따라 나왔다가 장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어머니가 지갑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고 아이를 정류장에 기다리게 한 뒤 찾으러 간 사이에 사라졌다.

이씨는 실종된 이후 보육시설에서 자랐으며, 올 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실종아동 사진을 검색하다 자신이 실종아동인 것 같다고 생각돼 유전자(DNA) 검사를 의뢰했다.

2차에 걸친 유전자 비교 검증을 통해 이영희씨는 친오빠인 이재인씨를 52년만에 찾게 됐다. 

이 소식을 들은 이재인(62)씨는 “동생이 실종된 이후 적극적으로 찾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찾기 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간 동생을 만날 날을 희망하며 평생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살았는데, 드디어 찾게 됐다. 동생을 만나게 돼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 먼저 가신 부모님도 하늘나라에서 행복해 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인씨는 지난해 10월 친척으로부터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실종신고를 했다. 

이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서 각종 고지서, 신문, 인터넷,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영희씨의 사진과 실종경위 등을 적극 홍보해왔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김진 소장은 “자신이 실종아동이라고 생각되거나, 주변에 출생 및 가족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신고 및 제보를 부탁드린다”면서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길 때 유전자 검사를 통한 가족 상봉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실종아동 및 실종장애인의 사진과 정보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실종가족을 찾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유전자를 통한 친자확인이라는 것을 알리고자 보건복지부, 경찰청과 함께 '희망을 잇다! Do Now Action!'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