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사람이 화가 나면 더 무서운’ 것처럼 질병 역시 초기증상이 미미할수록 후폭풍이 거세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인 4명 중 1명이 앓고 있다는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초기에는 무증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그대로 방치하면 뇌ㆍ눈(망막)ㆍ대동맥ㆍ신장ㆍ심장 등에 합병증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한다.
고혈압은 혈액이 심장으로부터 뿜어져 나올 때 혈관 벽에 부딪치는 압력, 즉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질환을 말한다. 혈액의 압력이 높아지면 혈관이 견디지 못하고 서서히 탄력을 잃는데, 결국에는 딱딱하게 굳거나 터지고 만다.
이렇게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에도 무리가 간다. 심장이 혈액을 밀어내기 위해 더 큰 힘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혈액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인체의 세포들도 손상을 입는다. 고혈압이 뇌졸중, 심장질환 등은 물론이고 장기 손상이나 시력장애에 이르기까지 몸 구석구석에 합병증을 일으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혈액의 압력이 높아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잘못된 식습관이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고혈압이 빈번한 것은 맵고 짠 음식 탓이 크다. 염분과 고혈압이 밀접하다는 것은 전문의들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따라서 고혈압을 예방하려면 음식부터 싱겁게 먹어야 한다. 평소 국물 요리를 먹을 땐 가급적 건더기만 건져 먹는 것이 좋다. 매끼 국물 1컵(200㎖)을 덜 먹으면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식후에 먹는 아메리카노나 카페라테 등의 커피도 조심해야 한다. 커피의 나트륨 함량은 최소 5㎎에서 최고 300㎎로 적지 않은 편이다. 하루 1~2잔 이상 마시지 않도록 조절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요리를 할 땐 소금 대신 간장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신정규 교수팀에 따르면, 같은 음식이라도 소금 대신 간장으로 간을 하면 나트륨 함량을 최대 69%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특정 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고혈압 증상에 도움이 된다. 충남대학교 전병화 교수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홍삼의 혈압 조절 기능을 입증했다. 전 교수팀은 고혈압을 유발한 쥐에 홍삼을 투여한 뒤 혈압을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한 결과, 기존 190mmHg에 달했던 쥐들의 혈압이 홍삼 투여 후 160mmHg으로 30mmHg나 떨어졌다고 밝혔다.
홍삼을 섭취할 땐 제조방식을 눈여겨보면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홍삼은 뜨거운 물에 달여서 먹는데, 이 경우 물에 녹는 47.8%의 수용성 성분만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홍삼의 모든 영양소를 온전히 섭취하려면 물에 달인 홍삼농축액보다는 전체를 통으로 갈아낸 ‘전체식’ 형태의 홍삼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김재춘 선문대학교 통합의학대학원 교수는 “물에 우려내는 방식으로 홍삼농축액을 추출하면 물에 녹지 않는 52.2%의 성분은 섭취할 수 없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며 “홍삼을 통째로 잘게 갈아 먹어야 95% 이상의 영양 성분을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