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모터스포츠 축제인 ‘인디애나폴리스 500마일’(인디500)에서 일본인이 아시아 선추 최초로 우승하자, SNS에 반감을 표현한 미국의 중견 신문기자가 해고당했다.
콜로라도 주 신문 ‘덴버포스트’ 소속 스포츠 평론가 겸 기자인 페리 프레이(62)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 모터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제101회 인디500 대회에서 일본인 사토 다쿠마(40)가 우승한 후 트위터에 반일감정이 담긴 글을 올렸다.
프레이는 “사토 선수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미국 현충일에 해당하는) 메모리얼데이 주말, 인디500에서 (미국의 적국이던) 일본 선수가 우승한 것이 나는 매우 불편하다”고 썼다.
이에 ‘편협한 인종주의’, ‘과거지향적 국가주의’라는 비판이 나오자 프레이는 글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덴버포스트는 결국 다음날인 29일 발행인과 편집인 명의로 사과 성명을 내고 “프레이는 이제부터 더 이상 덴버포스트 직원이 아니다”라며 프레이의 해고 사실을 알렸다.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고 통보 후 프레이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일본군에 맞서 싸웠으며, 자신은 오키나와 전투에서 숨진 아버지의 전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발굴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프레이는 “인디500이 열린 아침 아버지 성묘를 다녀왔다. 감정적인 상태에서 건설적 목적 없이 어리석은 말을 했다”며 “후회한다”고 말했다. 이어 “2차대전이 끝난 지 이미 72년이나 지났건만 내 정치적·철학적 편협성이 많은 이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면서 “모두에게 사과한다. 특히 사토 선수와 덴버포스트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시카고 트리뷴은 프레이가 콜로라도 주 ‘올해의 스포츠 전문기자 상'을 4번이나 수상했다고 전했다. 그는 소설가 겸 역사가, 극작가로 활동하며 덴버 메트로스테이트대학의 겸임교수직도 맡고 있다.
인디500은 매년 메모리얼데이가 껴 있는 주말에 인디애나 주의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개최되는 오픈휠 자동차 경주대회다. F1 모나코 그랑프리, 프랑스 르망 24시와 함께 세계 3대 모터스포츠 대회로 손꼽힌다. 1911년 국제 500마일 스윕스테이크 자동차 경주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이 대회에는 매년 수십만명의 관중이 몰린다.
포뮬러 원(F1) 레이서 출신 사토는 2012년 대회 결선에서 마지막 바퀴를 달리다 상대 머신과 추돌해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그는 5년 만에 이 대회에서 브라질의 헬리오 캐스트로네베스를 0.2011초로 제치고 아시아계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권중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