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나는 엄마가 없다'… 최순실 법정서 나온 모녀갈등 증언

입력 2017-05-31 14:00 수정 2017-05-31 15:36

정유라(21)씨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어머니 최순실(65)씨와 심각한 갈등으로 절연까지 하려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21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박원오(67)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법정에서 최씨 모녀의 불화를 설명했다.

박 전 전무는 최씨의 최측근으로 지목된 인물로 이날 재판에서 정씨가 임신 이후 독일로 거처를 옮기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밝혔다.

2014년 9월 정씨가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박 전 전무와 연락을 끊었던 최씨가 그해 12월 다시 연락해 가출한 정씨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박 전 전무는 수소문 끝에 정씨가 서울 관악구 신림동 근방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신림역 인근 카페에서 정씨를 만났다. 당시 정씨는 임신으로 배가 많이 부른 상태였다.

박 전 전무는 “정씨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설득했지만 정씨가 극구 거부했다”면서 “정씨가 ‘나는 엄마가 없다'”는 말까지 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전무에게 정씨와 만난 사실을 전해 들은 최씨는 딸의 유산을 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전 전무가 만류하자 최씨는 박 전 전무에게 딸이 해외로 나가 출산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정씨는 해외 출산을 거부했고, 박 전 전무의 설득으로 제주도에서 출산하게 됐다. 정씨는 장시호씨가 임대한 아파트에 머물며 2015년 5월 아들을 낳았다.

박 전 전무는 최씨가 딸 정씨의 임신 사실을 부끄러워해 출산 전부터 독일 이민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씨는 출산 전부터 정씨가 출산하면 여러 가지 창피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씨와 남자친구인 신주평씨를 결혼시키면 어떻겠냐고 했지만 최씨가 ‘결혼할 상대가 아니다'며 반대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전무는 2015년 4월 자신이 독일에 가게 된 이유도 밝혔다. 그는 “최씨가 ‘애를 낳으면 여기서 뭘 하겠냐'며 독일에서 말이나 타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박 전 전무는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세운 비덱스포츠와 삼성의 컨설팅 계약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