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진하는 황소' 막아선 '겁없는 소녀'와 '오줌싸는 개'…맨해튼 '동상 다툼'

입력 2017-05-31 12:23 수정 2017-05-31 12:24
미국 뉴욕 맨해튼 남쪽 뉴욕증권거래소 근처에 있는 ‘돌진하는 황소상’의 '돌진'에 차질이 생겼다. ‘겁 없는 소녀상’이 황소상의 앞을 막아선 데 이어 ‘오줌 싸는 퍼그(개의 한 품종)상’까지 소녀상 옆에 설치됐다. 소식을 전해들은 황소상 원작자는 “이제 모든 사람이 (황소상 앞에) 뭔가를 내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조각가 알렉스 가데가는 ‘겁 없는 소녀상’의 발치에 오줌을 싸고 있는 형태의 퍼그 동상을 세웠다. 가데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겁 없는 소녀상 옆에 오줌 싸는 개 동상을 세워놓은 것은 아르투로 디 모디카 황소상에 대한 오마주”라고 밝혔다. 이어 “황소상 작가는 현재 자신의 작품 앞에 겁 없는 소녀상을 배치한 것에 매우 속상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작 이 소식을 전해들은 황소상 작가 디 모디카는 뉴욕포스트를 통해 “끔찍하다. 나는 이런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어린 소녀상을 세웠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제 모든 사람이 뭔가를 내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어리석은 짓이다. 가데가는 내 황소를 이용했고, 나를 이용했다.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디 모디카의 반응을 전해들은 가데가는 “나는 디 모디카를 돕기 위해 주의를 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또 다른 결의 허튼소리만 늘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금요일에 퍼그 상을 다시 월스트리트에 설치할 예정이던 가데가는 “나는 조각가 디 모디카를 좋아한다. 그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다”며 계획을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겁 없는 소녀상’은 투자업체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가 월가 여성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조각가 크리스틴 비스발에 의뢰해 만들었다.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하루 앞두고 세워진 이 조각상은 당초 4월 2일 철거 예정이었다. 그러나 동상이 인기를 얻고 동상을 그 자리에 두라는 청원운동에 3만명 가까운 시민이 동참하자, 뉴욕시는 내년 2월까지 동상을 철거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택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