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KAL기 올라타자 체포영장 집행…구속 자신한 검찰

입력 2017-05-31 08:21

덴마크에서 강제 송환되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31일 오전 4시8분(이하 한국시간)쯤 경유지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서울행 대한항공기에 탑승했다. 정씨 신병 확보를 위해 현지로 간 검찰 관계자들은 정씨가 국적기인 대한항공 KE926편에 오르자마자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체포영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해 12월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와 관련해 업무방해 등의 공범 혐의로 법원에서 발부받은 것이었다. 국적기는 우리나라 사법주권이 미치는 영역이다. 검찰은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마자 정유라씨를 체포했다.

당초 체포영장은 입국 직후 집행하리라는 관측이 있었다. 그래야 체포 상태로 조사할 수 있는 48시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 기내에서 영장을 집행할 경우 48시간 중 10시간 이상을 기내에서 보내게 돼 실질적인 조사 시간은 줄어든다.

그럼에도 검찰이 ‘기내 체포’를 선택한 것은 정씨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48시간씩이나 조사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조사를 통해 정씨 혐의와 관련된 이들이 이미 구속기소됐고, 재판까지 마무리돼 가는 상황이다. 더구나 정씨는 5개월이나 덴마크에서 송환을 거부하며 버텨 왔다. 구속의 1차 사유인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

정씨는 덴마크 올보르 → 코펜하겐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 인천공항의 여정을 밟고 있다. 31일 오후 3시5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올 1월 1일 불법체류 혐의로 덴마크 현지에서 경찰에 체포돼 구금된 지 151일 만이다.

호송팀은 법무부 국제형사과 검사 1명과 사무관 1명,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 소속 수사관 3명(여성 1명 포함) 등 총 5명으로 구성됐다. 정씨는 국적기를 타기 전까지 암스테르담공항에서 4시간 남짓 대기했다. 이 때 네덜란드 사법당국이 범죄인 인도절차에 참여해 정씨 신병 확보를 도왔다.

대한항공 기내에서 정씨는 맨 뒷좌석에 앉았다. 호송팀이 항공사 협조를 얻어 마련한 자리다. 호송팀 요원들이 주변 좌석에 앉아 그를 에워쌌다. 호송팀은 비행 기간 정씨의 신변안전을 확보하고자 취재진과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해달라고 승무원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정씨는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공항 보안구역에서 취재진에게 간단히 강제송환에 따른 심경과 수사에 관한 입장을 밝힌 뒤 서초동에 있는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검찰은 정씨를 상대로 이대 비리와 함께 외화 불법 송금 및 자금세탁 등 혐의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최씨 일가의 국내·외 재산 은닉 및 재산국외도피 의혹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정씨가 승마훈련비 등 명목으로 삼성그룹 측이 송금한 자금의 최종 수혜자인 만큼 뇌물수수 의혹도 핵심 조사 대상이다.

조사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삼성 뇌물 의혹을 수사한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가 주로 맡되 이대 비리와 불법 재산 등 일부 사안은 첨수1부(손영배 부장검사)가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