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혼술남녀' '질투의 화신' '삼시세끼' 시청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열린 '블랙리스트' 관련 재판에서 조 전 장관과 박 전 대통령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일부를 공개했다.
다음은 특검팀이 공개한 조 전 장관이 박 전 대통령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다.
“대통령님! 시간 있으실 때 혼술남녀, 질투의 화신이라는 드라마나 예능 삼시세끼 세번째 시즌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특히 혼술남녀는 요즘 혼자 술 마시는 젊은이들 분위기, 취직 안 돼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학원가 분위기를 그린 재미있는 드라마에요.
저도 드라마를 꼭 한 편 보지 않으면 잠이 안와요.”
특검팀은 이 메시지에 대해 "조 전 장관과 박 전 대통령이 친근하게 대화를 나눈 것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했다.
SBS '질투의 화신'은 마초 기자와 재벌남이 생계형 기상캐스터를 만나 구애하는 드라마다. tvN '삼시세끼'는 시골, 또는 어촌에서 출연자들이 직접 먹을거리를 구해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야생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이들 프로그램의 방영시기를 보면 조 전 장관이 문자메시지를 보낸 시기를 추정할 수 있다. ‘혼술남녀’는 2016년 9월부터 10월 25일까지 방영됐고,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은 8월 부터 11월 사이에 전파를 탔다. ‘삼시세끼 세 번째 시즌'은 ‘삼시세끼-어촌편3’으로 10월부터 12월까지 방영됐다. 이들 세 작품 방영시기가 겹치는 10월경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0월은 국정농단 게이트가 터진 때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통해 갑자기 개헌 카드를 꺼내든 10월 24일 밤 JTBC가 최순실 태블릿PC를 단독 입수해 최씨의 연설문 수정 등 국정개입 의혹을 보도했다.
박 전 대통령은 평소 드라마를 자주 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1월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소문을 부인했다. 그는 "드라마를 많이 볼 시간은 없다"며 "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면 지금까지 해온 여러가지 일들을 해낼 수 없었지 않았겠나"라고 잘라 말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