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관은 또 여성부겠지' 꼰대 생각 뒤집은 대통령도 한때는…

입력 2017-05-30 16:44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 장관 임명한다니 일단 복지부는 여성일 것 같고….' 

"회사 꼰대들이 이렇게 말하는 거 듣다 보니 짜증이 난다. 기획재정부 장관, 여자 시키자. 꼰대들 뒤집어지는 거 보고 싶다."

지난 17일 트위터에 문재인정부의 여성 장관 임명과 관련한 글 한 편이 올라왔다. 400여건 리트윗(퍼나르기)된 이 글은 여성 장관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더욱 넓어졌으면 하는 희망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국토교통부 장관에 김현미 후보자가 30일 내정됐다. 이 트위터 이용자의 바람처럼 '꼰대'에게 한 방 먹인 순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토부 여성 장관 인선은 파격으로 평가된다. 단 한 번도 없었던 전례가 이를 증명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나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역시 그 자리에 발탁된 최초의 여성이었다.

2011년 출간된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에서 여성 장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책 내용만 놓고 보면, 문재인 대통령도 처음부터 진취적인 여성관을 가진 게 아니었다. 당시 그도 그동안의 방식대로 환경부나 보건복지부에 여성 장관을 발탁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추천한 강금실 민변 부회장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자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다음은 여성 장관에 대해 서술한 '운명'의 한 대목이다.

"최대 파격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었다. 당시 판사를 거쳐 민변 부회장을 하고 있던 강금실 변호사를 추천한 건 나였다. 여성 법조인 중 발탁할만한 인물을 찾던 당선인 뜻에 따른 것이었다. 당선인은 민변 활동을 통해 그를 알 뿐 깊이 알지는 못했다. 내 추천은 법무부 장관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그동안 여성 장관을 발탁해 온 방식대로 환경부 장관이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탁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당선인이 그에 대해 자세히 묻더니, 그렇다면 법무부 장관으로 하자고 했다. 내가 깜짝 놀랐다. 법무부 장관 후보로 먼저 검토했던 최병모 변호사가 일신상 사정 때문에 불가능해진 상황이긴 했다. 그러나 너무 부담이 컸다. 환경부나 보건복지부 쪽을 먼저 맡겨본 다음에, 법무부 쪽을 생각해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씀드렸다. 당선인은 생각이 달랐다. 여성 몫으로 환경부, 보건복지부, 여성부 또는 교육부를 벗어나지 못했던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것이었다.

남성 전유물처럼 생각돼 왔던 자리에까지 여성을 과감하게 발탁해야 한다는 게 당선인의 뜻이었다. 당선인의 여성관은 진취적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어느 여성의 능력이 남성과 비슷하다면, 그 여성은 훨씬 더 능력이 있다는 생각이었다.강금실 변호사도 당찼다. 그 전까지는 입각 권유를 수락하지 않더니, 법무부장관을 말하자 해보겠다고 했다. (201~208쪽)"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