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정원장 후보가 나라의 명령에 ‘유서’ 쓴 사연

입력 2017-05-29 17:37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윤성호 기자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가 처음 북한에 파견되기 전 유서를 남겼던 사실이 알려졌다. 국정원 인사처장 출신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김 의원은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첫 번째 질문으로 “서 후보자가 국정원에서 약 28년 동안 근무하면서 본 의원에게 몇 번이나 신원 재검증을 받았는지 혹시 아시나”라고 물었다. 서 후보자가 “모르겠다”고 하자 김 의원은 “후보자는 국정원에서 4급 이상 간부로 승진할 경우에 신원 재검증을 정밀하게 다시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거다. (서 후보자는) 4급부터 차장까지 받으셨으니 제게 5번 받으셨다”고 설명했다. 서 후보자가 검증된 인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이어 “(서 후보자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분으로 최초로 북한 경수로 사업, 케도 직원으로서 북한에 공식 파견돼 약 2년간 상주했다. 북한에 파견될 때 사실 처음 하는 파견이고, 굉장히 위중한 시기였기 때문에 가혹하리만치 엄격한 신원 재조사를, 특히 사상 문제에 대해 받으신 바 있다”고 말했다. 서 후보자는 “저는 제가 왜 지명됐는지 사실 모르고 있다. 명령을 받고 갔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웃으며 “그때 유서 쓰시고 가셨지 않나”라고 물었다. 서 후보자는 담담히 “그 당시는 남북이 굉장히 냉엄한 시기였기 때문에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갔다”고 했다. 김 의원은 “신변의 위협이라고 하시지만, 담담하게 가시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고 말했다. 이에 굳어 있던 서 후보자도 옅은 미소를 띠었다.

서 후보자는 1997년 북한 신포 경수로 건설 사업 당시 현장사무소장으로 북한에 파견돼 2년 동안 상주했다. 2000년 6·15정상회담과 2007년 10·4정상회담 등 남북 간 열린 두 차례 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주도한 대북 전문가로 알려졌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