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철회하면 이낙연 인준'…야권서 제기된 '빅딜론'

입력 2017-05-29 15:04 수정 2017-05-29 15:28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왼쪽)과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야권 일부에서 절충안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면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에 협조한다는 이른바 ‘빅딜론’이 등장했다.

29일 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야권의 반대 목소리는 약간 달라졌다. 특히 자유한국당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한 성토가 잦아든 반면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에게는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공약한 5대 비리에 해당하는 사람은 안정적 국정운영과 협치 기반를 마련하기 위해 지명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명 철회가 필요한) 여러 분이 있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만 말씀드리겠다”면서 강 후보자 관련 '의혹'을 상세히 언급했다. 

이날 강 후보자와 관련해 딸을 위장전입시킨 집이 당초 해명했던 친척집이 아니라 전 이화여고 교장이 내놓은 전셋집이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정 원내대표는 "위장전입, 이중국적, 세금탈루에 이어 고위공직자로서 가장 심각한 거짓말 의혹까지 덧붙여진 상태"라며 "과연 이런 후보자에 대해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거꾸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오전 의원총회에서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를 논의했지만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내에선 문 대통령이 ‘5대 비리 원천배제' 원칙에 대한 공식 입장을 다시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도 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입장은 문 대통령이 직접 인사 원칙이 흔들리게 된 이유를 해명한다면 이 총리 후보자 문제는 쉽게 풀릴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강 후보자에 대해선 야당이 그냥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낙마시킬 경우 '발목 잡기'란 역풍이 우려되는 총리 후보자와 달리 강 후보자는 반대하기에 부담이 덜한 상대여서 야당이 '후퇴를 위한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총리 후보자 인준을 지지하는 여론도 야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이 총리 후보자 인준 찬성이 72.4%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5대 인사 원칙 어긋나도 역량이 있으면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59.8%나 됐다. 야권도 신중하지 않을 수 없는 여론의 흐름에 절충안이 등장했고, 이는 강경화 후보자를 타깃으로 삼았다.

민의당 김동철(왼쪽) 원내대표와 이언주(가운데) 원내수석부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0차 의원총회에 참석해 논의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강경화 철회, 이낙연 인준’이란 빅딜론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은 '이낙연 낙마' 상황이 더욱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소야대 국회에서 처음 등장한 협상 카드가 어떻게 다뤄질지 주목된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