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와 한 네티즌이 문자메시지로 주고받았다는 대화가 공개됐다. 이른바 ‘문자폭탄’ 논란과 맞물려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 원내대표와 네티즌의 문자 대화 내용은 지난 27일 밤 11시6분쯤 진보성향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대화를 나눈 네티즌이 직접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이 네티즌은 이후 댓글을 통해 이어진 대화 내용도 계속해서 캡처해 올렸다.
공개된 문자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위장전입 문제에 관한 공방이 주를 이룬다. 네티즌은 ‘주 원내대표가 답장을 해줬다’며 주 원내대표가 보낸 문자를 공개했다.
주 원내대표는 문자에서 “앞으로 위장전입 다 통과시켜 줄까요? 그렇게 위장전입 비난하고 대통령 후보가 공약하고 15일 지나 파기한 거 그냥 눈감고 넘어갈까요”라며 “보수는 부패해도 진보는 도덕적으로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네티즌은 “부패한 보수가 도덕적인 진보정권에 딴지를 걸면 안되지 않을까요”라고 반박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앞으로 공약 못 지키면 직접 국민에게 설명하라는 게 딴지 거는 건가요?”라고 재반박했다.
문자 대화는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문서 봉인과 삭제 문제로 이어졌다. 주 원내대표는 “대통령 문서 모두 보존 이관시키고 컴퓨터 다 지워놓고 나가라는 게 현행법”이라며 “(대통령기록물법이)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알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거의 내전 상태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문자폭탄’에 적잖이 시달린 듯한 주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뽑지 말고 여론조사로 나라 운영합시다”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네티즌은 “국민이 직접 정치를 할 수 없으니 뽑은 게 의원”이라며 “국민들의 쌓인 분노를 알지 못하면 이 나라 미래는 없다. 대국적인 정치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전 정권 욕하면 전 정권과 달라야하지 않겠어요? ‘너희도 위장전입 받아줬으니 우리도 봐달라(고 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는 조금이라도 더 나아져야 한다”며 “앞으로 위장전입 다 봐주라는 게 국민뜻이라면 눈 감고 찬성할께요”라고 했다.
네티즌도 대통령기록물 문제와 위장전입에 대한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이낙연 총리 후보자나 강경화 외교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은 재산증식 목적이 아니다”라며 위장전입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 전환을 요구했다.
주 원내대표와 네티즌이 주고받은 문자는 이낙연 총리후보자와 내각 후보자들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을 보여준다. 네티즌은 이전 정부 인사들의 위장전입과는 차원이 다르니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해 바른정당이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공약한 고위 공직자 인사기준을 취임 15일 만에 뒤집은 만큼 문 대통령의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는 주말 동안 각종 온라인커뮤니티로 빠르게 퍼졌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대부분 재산증식 목적이 아니라도 위장전입은 위법이지만 이전 정권에 비하면 흠이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부는 주 원내대표의 설명도 일리가 있다며 옹호했다.
청와대는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투명해지자 29일 야당들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전병헌 정무수석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원내대표 회의에 참석해 협조를 요청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부위원장 김태년 의원은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설명할 수도 있다”는 뜻도 내비췄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