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꾼 광화문광장서 미세먼지 정책 바꾼다… 3000인 대토론회

입력 2017-05-27 00:01 수정 2017-05-27 00:01

촛불집회의 중심이던 광화문광장이 이번엔 '직접민주주의' 무대가 된다. 청와대와 서울시는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 3000명이 참석하는 '미세먼지 시민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건강과 일상과 경제를 위협하는 미세먼지 문제를 놓고 시민들이 직접 토론을 벌여 정책 대안을 찾아내는 자리다.


촛불집회는 박근혜정부를 무너뜨렸다. 광화문광장은 '정권'을 바꾼 시민혁명의 공간이었다. 이제 그 곳에서 시민들이 직접 '정책'을 바꾸는 민주주의 실험이 시작된다. 이 실험을 중앙정부의 정점인 청와대와 수도를 주관하는 지방정부가 함께 진행한다.

‘광화문광장, 미세먼지 시민 대토론회'는 서울시가 준비해 왔다. 27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방송인 김제동씨 사회로 진행된다. 광화문광장에 300개 원탁이 설치되고 서울시민 3000명이 앉아 토론을 벌이게 된다. 10명씩 한 조를 이뤄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폴리스(Polis)'에는 '아고라(Agora)'라 불리는 광장이 있었다. '시장'이란 뜻이었다가 일상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사람이 모이는 곳'이란 의미로 확대됐다. 시민들은 이 곳에서 민회(民會)를 열어 국방과 정치의 주요 사안을 토론해 결정하곤 했다. 광화문광장은 27일 이런 아고라가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는 서울시의 각종 대기질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준비한 자리"라며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지 관계부처에서 올지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청와대 제안에 담긴 메시지는 미세먼지 대책 마련이 중요하고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함께 나서자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보다 국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으니 중앙정부가 시민들 얘기를 같이 들으면 당연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3호 업무지시'로 30년 이상 된 석탄화력발전소 8곳의 가동을 6월 한 달간 중단토록(셧다운) 하는 등 미세먼지 대책을 강조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정책 우선순위와 그 이유에 관한 서울시 설명을 듣고 토론을 벌인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시민들이 생각하는 미세먼지 정책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선택 이유를 심층 분석할 예정이다. 서울시 측은 "2부제 도입 등은 서울시민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토론회에서 투표해 반대가 많으면 (2부제 등) 정책을 시행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좋음' 단계를 보인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대교 달빛무지개 분수와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한 외국인 관광객이 셀카를 찍고 있다. 최현규 기자

서울시는 그동안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팔을 걷고 나섰지만 수단이 많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노후경유차 서울 시내 진입을 줄이고 대형 공사장에는 건설기계에 저공해 장비를 달도록 했다. 또 미세먼지가 심할 때 분진청소를 강화하는 등 방안을 짜냈지만 지자체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서울시는 일찌감치 버스를 매연이 나오지 않는 천연가스(CNG) 버스로 바꿨다. 하지만 경기도와 인천 등지에서 광역버스가 서울로 들어오는데다 관광버스가 도심에서 주정차를 하는 걸 막기가 어려웠다. 이에 서울시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측에 원전하나 줄이기 전국화, 수도권외 지역 대기오염 영향권역 지정, 비산먼지 발생 신고대상 건설 공사장에 저공해 건설기계 사용 의무화를 건의했고,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모두 반영됐다.

태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