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여성 장교가 만취 상태에서 직속상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또 발생했다. 그동안 국방부는 여러 차례 군대 내 성범죄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백약이 무효였다는 방증이다. 오죽했으면 피해자가 군 당국에 신고 한 번 못 해보고 죽음을 택했을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군대 내 성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3년 10월에는 전방부대의 여군 대위가 직속상관인 소령의 성관계 요구와 성추행, 폭언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5년 4월에는 해군 중령이 여군 부사관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아직도 여군을 상대로 술시중 강요부터 성폭행까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21세기 대한민국 군대가 맞나 싶을 정도다. 여군에게 전투복을 입혀 회식자리에 참석시켰다는 피우진 보훈처장의 얘기가 빈말이 아니다.
군대 내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미온적인 대책과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해군은 여군이 포함된 회식을 할 때 참석자 한 명이 술을 마시지 않고 동료들의 귀가를 책임지는 ‘회식 지킴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현실성이 결여된 코미디 같은 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걸 성폭력 대책이라고 하고 있으니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성범죄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군사법 체계를 민간으로 이양하거나 군대 내 성범죄만이라도 일반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 죄질에 따라 패가망신할 수준으로 가중처벌하고 군인연금을 몰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엄격한 군 성격상 피해자가 신고하기 어려운 여건도 개선해야 한다. 국방개혁 차원에서 군대 내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여군의 적은 남군’이라는 비참한 군대 현실을 바꿀 수 있다.
[사설 하] 나라 지키는 여군이 성폭행당해 목숨 끊는 현실
입력 2017-05-26 16:27 수정 2017-05-26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