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폭행’ 조현병 앓은 50대 장수 고시생 재판에

입력 2017-05-26 16:04 수정 2017-05-26 16:05

길 가는 여성을 ‘묻지마 폭행’하고 이를 말리는 행인을 흉기로 살해하려한 5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남성은 오랜 고시 공부 등으로 인해 피해망상 등 조현병을 앓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후균)는 살인미수 및 상해, 폭행 등의 혐의로 김모(54)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와 함께 검찰은 김씨에 대해 치료감호를 청구했다.

김씨는 지난달 7일 오후 5시40분쯤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4번 출구를 지나던 30대 여성 A씨가 자신을 거지, 미친 사람 취급해 비웃는다고 생각하고 A씨를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당시 현장에서 자신을 제지하던 곽경배(40)씨를 살해하려던 혐의도 있다. 그는 들고 있던 흉기를 휘둘러 곽씨 팔 안쪽에 15㎝ 크기의 상처를 입혔다. 이 사고로 곽씨는 동맥, 신경이 절단되는 등 향후 2년간 장기 재활치료가 필요한 중상을 입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젊은 시절 법조인과 소설가를 꿈꿨던 법대생이었다. 일용직 생활과 고시 공부 등을 번갈아 가며 사법시험 1차 시험에 합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20여년간 그 외 별다른 성과가 없자 실의에 빠졌고, 작은 형의 경제적 지원마저 끊기자 2015년 9월부터 관악산 중턱에서 노숙을 시작했다. 과대망상 등의 증상이 나타난 것도 이즈음 이었다. 김씨는 비닐 천막을 치고 살다 공무원들의 철거 요구에 반발해 올해 3월과 4월 산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한편 A씨를 구하려다 큰 부상을 입은 곽씨는 이 사건 이후 ‘낙성대 의인’으로 회자됐다. 지난 2일엔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상자 인정을 받았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