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송강호 "블랙리스트 효력, 무서웠다" (영상)

입력 2017-05-26 00:56 수정 2017-05-26 05:38

배우 송강호가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25일 방송된 JTBC '뉴스룸' 문화 초대석에는 배우 송강호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손석희 앵커는 송강호에게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이 돼있었다. '변호인'이란 영화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당시 어떤 생각을 했나”라고 물었다.



송강호는 “개인적으로는 당황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주변에서도 ‘불이익을 받지 않았나’ 걱정해주는 분들도 많다. 물론 '변호인'을 제작한 제작자나 투자자들이 곤란을 겪고 불이익을 받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소문이 있었지만 블랙리스트가 은밀하게 작동되는 거니까 겉으로 드러난 증거가 없어서 단정을 지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가장 무섭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런 소문만으로도 블랙리스트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또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작품을 선택할 때 각본을 읽고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정부에서 싫어할 것 같다'라는 거다. 자기 검열을 하다 보면 심시적 위축감이 들 수밖에 없다. 나뿐만이 아니라 그 리스트에 오르신 수많은 예술가분들의 어떤 가장 순수하게 예술적인 판단만을 해야만 될 때 이런 우려가 끼어든다는 것이 가장 불행한 일이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송강호는 올 여름 개봉을 앞두고있는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 출연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놨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서울의 택시운전사가 취재에 나선 독일기자를 우연히 태워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그는 “(블랙리스트) 얘기를 듣고 아예 (택시운전사)책도 읽기도 전에 손사래를 쳤다. 결국은 (책을) 보게 됐고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뜨거움이 많은 분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열망들이 생겼다. 그러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했다.

2013년 영화 '변호인'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역할을 맡았던 그는 “그때 변호인은 고 노무현 대통령님에게 과연 이 분의 삶을 제가 자신 있게 또 많은 분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그런 두려움이 있었다면 이제 이 택시운전사는 좀 다른 두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송강호는 2017년 올해의 영화상에서 영화 ‘밀정’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흔히 영화 한 편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수상소감을 전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그는 “저희들이 광화문에서 작은 어떤 촛불들이 모여서 큰마음을 이루는 것을 보기도 하고 또 참여도 했다. 그러니까 영화 한 편은 어떻게 보면 보잘것없는 것 같아도 그런 영화들이 모이고 또 한 걸음 더 나아가고 하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가 얘기하는 세상에 대한 희망, 원했던, 원하는, 꿈꾸던 삶의 어떤 희망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뜻에서 제가 말씀드린 거다”고 답했다.

이날 송강호와 손석희 앵커는 27년 만에 재회했다. 두 사람은 과거 손 앵커가 MBC에 재직하며 파업을 하던 당시 노조 간부와 초청 연극배우로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