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플피디아] 패배감 이상의 공포… 인간 초월한 인공지능 알파고

입력 2017-05-26 00:02 수정 2017-05-28 11:19
국민일보 DB

바둑은 인간이 가장 복잡하게 만든 게임 중 하나다. 흑·백돌을 번갈아 올려 반상의 361집(가로·세로 19줄 교차점)을 점령하는 수싸움이다. 단순하게 계산할 수 있는 경우의 수만 361팩토리얼. 10의 170제곱에 해당하는 숫자다. 우주처럼 무한한 공간이 바둑에 담겼다. 이 바둑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을 초월했다.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알파고(Alpha Go)는 25일 세계랭킹 1위 커제(20·중국) 9단을 제압하고 바둑 최강자로 올라섰다.

1. 알파고는 무엇인가

알파고는 바둑 전용 인공지능이다. 이름에서 ‘고’는 바둑을 의미하는 기(碁)의 일본식 독음이다. 알파고는 2012년 구글과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진이 공동으로 추진한 딥러닝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딥러닝은 수천·수만대의 컴퓨터를 뇌 신경망처럼 연결해 스스로 심층 학습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구글의 영국 개발사 딥마인드는 이 알고리즘으로 알파고를 설계했다.

알파고는 수십세기에 걸쳐 남은 인간의 기보를 수집해 학습하고 스스로 기력을 쌓았다. 그렇게 2015년 10월 판후이(36·중국) 2단과 5번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인공지능이 사상 처음으로 프로바둑 기사를 이긴 대국이었다.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톱랭커를 물색했다. 그렇게 이세돌(34) 9단과 ‘세기의 대결’이 성사됐다.

한국의 이세돌 9단. 국민일보 DB

2.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알파고는 2016년 3월 9~15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에서 이세돌 9단과 5전 3선승제로 대국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두뇌싸움이라는 이 대국의 설정은 세기말적 상상력과 맞물려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은 물론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세기의 대결’로 불린 이유다. 알파고는 이 대국을 위해 세계에 널린 기보 16만 건을 학습했다.

결과는 인공지능의 완승. 알파고는 4승1패로 우승했다. 같은 달 9일 1국에서 백을 잡아 186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고 ▲10일 2국 211수 흑 불계승 ▲12일 3국 176수 백 불계승 ▲13일 4국 180수 흑 불계패 ▲15일 5국 280수 백 불계승을 각각 기록했다.

알파고는 3번기까지 전승하면서 이미 우승을 확정했다. 승부와 무관하게 5번기를 모두 채우기로 협약해 추가로 진행한 4국에서 패배했을 뿐 기력은 이세돌 9단을 압도했다. 인간의 두뇌로 맥락을 읽을 수 없는 알파고의 수는 피조물에 무릎을 꿇은 열등감 이상의 공포였다. 구글 딥마인드는 그 다음 상대로 세계랭킹 1위 바둑기사를 지목했다. 커제 9단이었다.

중국의 커제 9단. 신화뉴시스

3. 커제 9단과 바둑 정상회담의 미래

구글 딥마인드는 커제 9단과 대국을 앞두고 알파고의 능력을 상향했다. 더 이상 인간의 기보는 필요하지 않았다. 알파고는 기보를 참고하지 않고 자가 심화학습으로 기력을 높였다. 일명 ‘알파고 2.0’. 강력해진 알파고는 지난 23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개막한 ‘바둑 정상회담의 미래(The Future of Go Summit)’에서 커제 9단과 대국했다.

결과는 이번에도 인공지능의 압승이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와 다르게 3전 2선승제로 구성한 바둑의 미래 정상회담에서 알파고는 3전 전승으로 완승했다. 지난 23일 1국에서 백을 잡고 289수 만에 한집반 차이로 승리했고, 25일 2국에서 불과 15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둬 우승을 확정했다. 27일 3국에선 209수 만에 흑 불계승을 챙겼다.

알파고는 이벤트매치로 구성되 단체전에서 인간 5명을 상대로 백을 잡고 254수 만에 불계승까지 거뒀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 대회를 끝으로 알파고의 은퇴를 선언했다. 알파고의 통산 전적은 68승1패. 한 번의 패배는 이세돌 9단에게 당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를 상대로 유일하게 승리를 경험한 인간으로 남게 됐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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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