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렬 시인, 세대 충돌 속 어르신 詩로 위로

입력 2017-05-25 12:40 수정 2017-05-25 12:49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세대 간 충돌 속에서 어르신들을 위로하는 크리스천 원로의 시 한 편이 눈길을 끈다.

 서울 동부교회 이범렬(79·시인) 원로장로의 시 '힘을 내십시오-고난을 이겨낸 어르신들께'이다. 이 시는 최근 발간된 그의 네번째 '섬기며 기도하며'(SUN 펴냄)에 실렸다.

 시인은 80~90대 어르신들이 형언키 어려운 고난을 극복하며 자식을 양육하고 부모에 효도했다고 노래했다. 

그러면서 '자식들이 저 살기 바빠 속상한 일이 한 둘이 아니어도 당신들은 훌륭하셨다'고 담았다. 하지만 이제는 '대우받겠다는 자존감과 원망을 털어내고 여생을 다시 설계하라'고 권했다.

 시는 복음적 권면으로 마무리했다. '하나님께서 당신들의 삶을 선히 인도하실 것이다.'


힘을 내십시오
- 고난을 이견낸 어르신들에게

이 땅의 어르신네들이여
힘을 내십시오

80대 90대 당신들께서는
참혹한 전란에서 맨몸 맨주먹으로 
나라를 지켰으며

가난하던 나라에서
땀 흘리어 잘사는 나라로 일구시었고

형언키 어려운 고난을 극복하며
 여러 자식을 치열하게 가르치셨기에
오늘 우리나라가 우뚝 설 수 있었지요

그러면서도 부모님을 극진히 섬기신
충효의 세대입니다

몸과 마음의 진액을 다 쏟은 후
흰머리에 얼굴 주름살 깊어지고
건강도 다소 쇠하여졌으며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못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자식들은 저 살기에 바쁘고
나라의 노인복지도 훨씬 못 미치니
속상한 일 한 둘이 아니지요

그래도 
당신들은 훌륭하셨습니다

아직도 내면 깊은 곳에
열정은 살아 있고
경륜도 지혜도 간직하고 있으며
무언가 공헌하고 싶은 의욕도 꿈틀댑니다

이 땅의 어르신네들이여
힘을 내십시오
새 꿈을 꾸십시오

욕심 다 비우고
대우받겠다는 자존감도 내려놓고
원망도 훨훨 털어버린 후

백지 위에 
여생의 삶 다시 설계하십시오

멋지고 활기차게 나이 들기 위해
서로 도우며 마음을 모은다면
또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들의 보람찬 삶을 
선히 인도하실 것입니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