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춘사영화상’ 최우수감독상의 영예는 영화 ‘곡성’의 나홍진(43) 감독의 몫이었다. 남녀주연상은 배우 하정우(39)와 손예진(36)이 각각 차지했다. 수상자들은 저마다 진정성 있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24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춘사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나 감독은 “(후보에 함께 오른) 거장들 대신 제가 감독상을 받게 돼 민망하다”며 “아마도 박찬욱 감독님이 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가 계셔서 저에게 주신 것 같다. 박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재치 있는 소감을 밝혔다.
“학교 다닐 때 ‘이런 감독이 돼야 겠다’는 각오를 다졌어요. 핵전쟁이 일어나고 100년이 흐른 뒤 지구 반대편 브라질의 한 해변에서 필름 한 캔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걸 한 소녀가 발견해 영사기에 틀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죠. 이젠 디지털로 바뀌어서 바다에 들어가면 재생이 불가능해졌어요. 꿈은 이뤄질 수 없게 됐지만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터널’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하정우는 “(지난해 개봉한) ‘터널’을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 김성훈 감독을 비롯한 모든 배우·스태프 분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따가 김성훈 감독과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이 상의 발톱이라도 잘라서 전해드리도록 하겠다”고 농담을 해 웃음을 자아냈다.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은 손예진은 “‘비밀은 없다’는 제 연기인생에서 큰 틀을 벗어나게 해준 고맙고 소중한 작품”이라며 뭉클해했다. 그는 “새로운 캐릭터가 주어질 때 나는 비로소 자유를 만난다. 연기 없는 인생은 상상할 수 없게 됐다. 하고 싶은 연기를 하게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한국영화감독협회가 주최하는 춘사영화상은 춘사 나운규를 기리기 위해 마련된 비영리 경쟁 영화제다. 올해 남녀조연상은 박정민·유인영, 남녀신인상은 구교환·이상희에게 돌아갔다. 신인감독상은 ‘양치기들’의 김진황 감독, 각본상은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이 받았다.
다음은 2017 춘사영화상 각 부문 수상자(작).
▲최우수감독상=나홍진 감독(‘곡성’)
▲신인감독상=김진황 감독(‘양치기들’)
▲각본상=이경미(‘비밀은 없다’)
▲기술상=곽태용(‘부산행’)
▲남우주연상=하정우(‘터널’)
▲여우주연상=손예진(‘비밀은 없다’)
▲남우조연상=박정민(‘동주’)
▲여우조연상=유인영(‘여교사’)
▲신인남우상=구교환(‘우리 손자 베스트’)
▲신인여우상=이상희(‘연애담’)
▲특별인기상=김슬기 최우식
▲인기 배우상=김인권
▲관객이 뽑은 최고인기영화상=‘부산행’
▲공로상=김수용 감독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