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조어 ‘킹찍탈’을 풀어 쓰면 ‘킹무성을 찍고 탈조선’이다. ‘킹무성’은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의 별명, ‘탈조선’은 우리나라를 자조적으로 표현한 ‘헬조선’에서 탈출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킹찍탈’은 우리나라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선거에서 김 의원에게 표를 주겠다는 유권자들이 지지를 표하며 만든 조어였다. 한때 김 의원에 대한 긍정의 표현이었다. 지금은 반어법으로 사용된다. 제19대 대선에서 원내 정당 후보들의 이름으로 변형 또는 응용됐다.
1. ‘킹찍탈’은 무엇인가
김 의원은 6선 의원이다.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소속으로 처음 국회에 입성했다. 그 사이 신한국당은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김 의원은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친박무소속연대 소속으로 당선된 뒤 한나라당으로 복당했다. 지금은 옛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과 갈라진 바른정당을 창당해 몸담고 있다.
김 의원은 박근혜정부에서 2016년 4월까지 2년 동안 새누리당 대표를 지냈다. 논란을 의식하지 않는 발언과 행동은 한때 그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잠재적 대선후보로 거론됐다. 이름에 왕(King)이라는 의미를 담은 별명 ‘킹무성’은 그때 붙었다. ‘킹찍탈’은 이 별명을 활용해 지난해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나타난 표현이었다.
2. 변형·응용된 ‘킹찍탈’
김 의원은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친근하고 서민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다. 지난해 1월 떠나는 막내 비서와 친근한 포즈로 찍은 사진을 SNS에 공개하고 “2년간 나를 돕던 꼬맹이 막내 비서가 더 큰 꿈을 찾아 떠난다. 궂은일에도 활짝 웃던 친구였다. 축복이 가득하길”이라고 적었다. 같은 해 2월 4일에는 “명절마다 고생하는 분들. 전국의 집배원 여러분을 존경한다”며 서울 서대문우체국에서 집배원을 끌어안은 사진을 올렸다.
아르바이트의 부당 처우에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라(2014년 12월 26일 여의도연구원 주최 청춘무대 행사)”고 말했던 시절과는 확연히 달랐다. 제20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김 의원은 당선됐다. 하지만 그 후 동료 의원들에게 엄숙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는 등의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유권자들은 김 의원이 권위적으로 보인다며 지적했고, ‘킹찍탈’은 부정적 의미를 얻어 갔다.
‘킹찍탈’은 제19대 대선에서 널리 응용됐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 ‘홍찍자’(홍준표를 찍으면 자유대한민국을 지킨다)를 선거 구호로 사용했지만, 정작 SNS 이용자들은 부정적 의미로 ‘홍찍탈’을 사용했다.
3. ‘노룩패스’와 ‘킹찍탈’
김 의원 모습은 제19대 대선 이후에도 구설에 올랐다. 김 의원은 바른정당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의원과 정치적으로 다소 거리를 뒀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사실상 대선레이스를 시작한 설 연휴(1월 27~30일) 이후부터 SNS까지 활용해 화력을 집중했다. 여기서 서민과 가족 친화적인 모습을 몇 차례 노출했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18일 달려오는 손자에게 자세를 낮추고 두 팔을 벌려 환대하는 사진을 올리고 “오랜 만에 할아버지를 외치며 달려옵니다”라고 적었다. 하루 전 부산 영도구 봉래1동 철거지역을 방문한 사진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대선 결과는 문재인 시대를 열었다. 김 의원은 선거 일주일 뒤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문제는 귀국 과정에서 불거졌다. 김 의원은 지난 23일 김포공항 입국장 문이 열리는 순간 수행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무심하게 캐리어를 밀어 넘겼다. 고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장면이었다. SNS 이용자들은 김 의원의 행동을 ‘노 룩 패스’(No look pass)라고 부르며 냉소했다. 이튿날 미국 최대 유머사이트 나인개그닷컴 등 해외에까지 소개되면서 그에겐 ‘헬조선의 한류스타’란 별명이 추가됐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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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박세원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