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 승객 '자리이동'… 아시아나 “안전 위한 조치” [영상]

입력 2017-05-24 16:32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 비상구열에 앉은 '의족 착용' 승객에게 자리를 옮겨줄 것을 요구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 속 미국인 승객은 승무원의 조치에 불만을 표했지만, 아시아나항공 측은 "모든 승객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비상구 옆좌석 승객은 불시착 등 비상 사태에 승무원과 함께 승객들의 대피를 도와야 한다. 이 때문에 항공사마다 노약자에게는 이 자리를 배정하지 않는 규정을 둔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특히 우리나라는 국토교통부의 항공운항 규정에도 비상구 개방과 승객 탈출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을 비상구 옆좌석에 앉히도록 돼 있다"며 "안전을 위해 좌석변경을 요청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인천을 거쳐 하와이로 가려던 미국인 30대 승객 A씨는 베이징발 인천행 아시아나항공 OZ334편의 비상구열 좌석에 앉았다.

승무원이 비상구열 승객들에게 다가가 비상 상황 시 어떻게 탈출을 도와야 하는지 설명하는 과정에서 A씨의 한쪽 다리가 의족인 것을 발견했다. 승무원은 아시아나항공 베이징공항 상주 직원을 불러 A씨에게 비상구열 좌석에 앉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한 뒤 다른 좌석으로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이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아시아나항공이 장애인에게 정상인지 증명하라 한다'는 제목으로 지난 21일 유튜브에 공개했다.



영상에는 항공사 직원이 A씨를 향해 “신체 장애 때문에 이 자리(비상구 옆좌석)에 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아시아나 규정에 의족을 착용한 장애인은 이 자리에 앉을 수 없으니 다른 자리에 앉히라고 돼 있나, 회사 규정이 그러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직원은 “당신 다리가 (비상구 옆좌석 승객의) 역할을 수행할 만큼 기능하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어떻게 하면 증명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고, 어쩌면 뛰거나 점프할 수도 있겠지만 증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A씨는 허탈하게 웃으며 어이가 없다는 듯 “오 세상에”라고 했다.

A씨는 영상과 함께 “내 다리를 위해 여유 공간이 있는 비상구 쪽 좌석을 추가로 돈을 내고 예약했지만, 항공사 측은 내 의족을 보고는 이동해줄 것을 요구했다. 솔직히 나는 내 인생에서 나의 의족을 두고 이처럼 뻔뻔한 편견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완전히 미쳤다”고 적었다.

항공사 측은 A씨의 주장이 일부 사실과 다르고 좌석 이동을 요구한 것도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항공사로서 해당 승객의 신체적 능력이 비상구열 좌석 승객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신중히 검토해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좌석 변경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또 “승객이 비상구 쪽 자리를 추가요금을 내고 구입했다고 주장한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시아나는 비상구열 좌석에 추가요금을 받고 않는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운항기술기준에 따르면 ‘비상구열 좌석에는 15세 미만이나, 활동성·체력·팔과 다리의 민첩성이 비상구 개방과 탈출을 돕기 위한 활동에 충분치 않은 사람을 앉히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규정에도 의족을 비상구 좌석에 배정할 수 없는 근거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비상 상황 시 비상구 좌석 승객의 역할 수행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항공사의 몫이라고 돼 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