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방문 중 남긴 방명록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글이 짧은 데다 내용도 형편없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부인과 장녀, 사위와 함께 ‘야드바셈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찾았다. 그는 방명록에 “내 동료들과 이곳에 오게 돼 영광이다. 정말 놀라웠다+절대 잊지 못할 것!(It is a great honor to be here with all of my friends. So amazing + will Never Forget!)”이라고 짧은 소감을 남겼다.
하지만 방명록의 내용을 놓고 민주주의 진영 지도자의 글로 보기엔 ‘너무 빈약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나치 희생자들은 추모하는 엄숙한 공간에 걸맞지 않게 너무 경박하다는 비난이 많았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명록 글이 트위터의 자수 제한 140자를 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며 트럼프의 ‘트위터 사랑’이 일상의 글쓰기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조롱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3년 같은 곳에서 “이곳에서 놀라운 이스라엘을 세운 선지자를 회상하니 겸허한 기분이 들고 고무된다. 양국이 같은 비전을 공유하길 바라며 미래 세대를 위해 평화와 번영을 지켜나가길 기원한다”는 글을 남겨 트럼프의 ‘가벼운 흔적’과 대비됐다.
오바마는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08년 7월에도 이곳을 찾았다. 당시에는 “이 놀라운 시설을 책임진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거대한 위험과 언약, 전쟁과 경쟁의 시대에서 우리는 인간에게 이토록 거대한 잠재적 악이 있으며, 동시에 비극과 싸워 일어나 세상을 재건하는 능력이 있음을 상기시켜 주는 축복을 받았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적었다.
지난해 미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 이곳에서 작성한 방명록도 다시 주목을 받았다.
힐러리 전 장관은 지난 2009년 이곳 박물관을 찾아 “야드바셈은 부정에 직면한 진실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절망에 직면한 인간 영혼의 회복이자 살인과 파괴에 대항한 승리다. (이곳은) 홀로코스트를 결코 잊어선 안 된다는 것을 모든 이들에게 일깨워준다”는 비장한 글을 남겼다.
다만 트럼프의 메시지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방명록에 남긴 글보다는 더 길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8년 임기 막바지에 야드바셈을 방문해 휘갈겨 쓴 글씨로 “신께서 이스라엘을 축복하시길(God bless Israel)”이란 짧은 메시지만을 남겼다.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8년 7월 야드바셈 방명록에 남긴 글 전문)
“I am grateful to Yad Vashem and all of those responsible for this remarkable institution. At a time of great peril and promise, war and strife, we are blessed to have such a powerful reminder of man's potential for great evil, but also our capacity to rise up from tragedy and remake our world. Let our children come here, and know this history, so that they can add their voices to proclaim ‘never again.' And may we remember those who perished, not only as victims, but also as individuals who hoped and loved and dreamed like us, and who have become symbols of the human spirit.”
23 July 2008 Barack Obama
“이 놀라운 시설을 책임진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거대한 위험과 언약, 전쟁과 경쟁의 시대에서 우리는 인간에게 이토록 거대한 잠재적 악이 있으며, 동시에 비극과 싸워 일어나 세상을 재건하는 능력이 있음을 상기시켜 주는 축복을 받았다. 어린이들도 ‘(참혹한 역사를) 다신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그들의 목소리를 보탤 수 있도록 이곳에 함께 와 역사를 배우게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사라져 간 이들을 단지 희생자로만이 아닌 우리처럼 소망하고 사랑하고 꿈꿨던 개인 개인으로, 그리고 인간 정신의 상징이 된 이들로 기억해야 한다.”
2008년 7월 23일 버락 오바마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