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가 시민들의 평화시위를 과격한 폭동으로 왜곡해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려고 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측은 5·18의 진행상황을 상세히 알면서도 신군부 발포 등을 묵인·방조한 사실도 드러났다.
5·18 기밀문서 ‘체로키 파일’을 폭로한 미 언론인 팀 셔록(66)은 24일 광주광역시 브리핑룸에서 ‘1979~1980년 미국 정부 기밀문서 연구결과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1980년대 뉴욕 일간지 ’저널 오브 커머스‘ 기자로 광주를 찾아 5·18관련 취재를 했던 팀 셔록은 4월10일부터 광주에 직접 머물면서 자신이 지난 1월 광주시에 기증한 59개 기밀문서 3500여쪽을 정밀 분석하는 작업을 해왔다. 체로키 파일은 5·18 당시 미국 정부와 전두환 신군부 사이에 오간 기밀문서다.
팀 셔록은 이날 신군부가 1980년 5월27일 작성해 한미연합사의 미국 정보관에게 제공한 ‘미국 국방부 정보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 보고서에는 ‘군중들이 쇠파이프 뭉둥이를 들고 각 집을 돌며 시위에 동참하지 않으면 불질러버리겠다고 위협한다. 폭도들이 초등학생들까지 동원하기 위해 강제로 차에 태워 길거리로 끌고 나왔다’는 거짓정보가 담겨 있다.
신군부가 거짓정보를 흘려 미국의 지지와 함께 정권탈취의 명분을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팀 셔록은 “신군부가 5·18당시 시민들의 자발적 시위 참여를 공산주의자들의 방식처럼 강제동원했다고 왜곡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보고서는 ‘폭도들이 전투경찰에게 무차별 사격, 격앙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는 시민들에게조차 (총을) 쏘아댐. 군중을 향해 쏠 기관총을 설치함. 군중들 교도소 공격, 300명의 좌익수 수감되어 있음. 폭도들이 지하의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우려’ 등 실제와 달리 5·18민주화운동을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폭동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팀 셔록은 또 5월21일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작성한 ’광주상황‘이라는 문서에 ’공수여단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거나 생명이 위태로우면 발포할 수 있는 권한을 승인받았음‘이라고 적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1980년 5월21일 전남도청 앞 최초의 집단 발포를 미국이 묵인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문서에는 폭동진압을 위해 미국이 한국 군대의 작전통제권을 광주에서 해제해 반미감정이 고조됐다고 분석한 사실도 적혀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팀 셔록 1980년 신군부 발포, 미국이 알고도 묵인했다.
입력 2017-05-24 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