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23일 사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왼쪽 가슴 부위에 둥근 배지를 달고 있었다. 배지에는 숫자 ‘503’이 적혀 있고, 그 위에 '서울(구)', 또 그 위에 ‘나대블츠’라고 표기됐다. '503'은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다. '서울(구)'는 그가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를 뜻한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나대블츠'였다.
‘나대블츠’는 구치소 측이 수감자를 수용하고 호송할 때 공범과 격리하기 위해 임의로 붙이는 기호로 알려졌다. 같은 기호를 갖고 있으면 같은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뜻이다. 이런 기호를 이용하면 수용자를 관리할 때 쉽게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들이 법정에 달고 나온 배지에는 비슷한 글자가 적혀 있었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들의 배지에는 모두 ‘나’가 적혀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나대’라고 적힌 배지를 착용했다. '나'는 국정농단 사건 연루자임을, '대'는 대기업 강제모금 및 뇌물 사건 연루자임을 뜻한 글자로 추정할 수 있다. '나'는 '나라'에서, '대'는 '대기업'에서 첫 글자를 따온 것으로 보인다.
‘블’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자를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의 배지에 ‘나블’이라고 적혀 있었다. ‘츠’는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와 얽힌 혐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재센터를 운영한 장시호 씨(38)의 배지엔 ‘나츠’라고 돼 있다.
박 전 대통령 배지의 ‘나대블츠’는 '나라' '대기업' '블랙리스트' '동계스포츠'에서 각각 한 글자씩을 따온 것으로 해석된다. 네 가지 카테고리의 사건에 모두 연루돼 있다는 뜻인 셈임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