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영 칼럼]섬 그리고, 여객선 준공영제

입력 2017-05-23 16:01

우리나라의 영토는 한반도와 주위의 섬들이다. 헌법 3조에 명기되어 있다. 그런데, 섬들이 영토 대접을 받아왔는지는 따져볼 노릇이다.

서해 5도는 현행법상 대한민국 영해를 벗어나 있다. 영해법(領海法)에는 한반도 해안 기선 12해리(약 22km)까지가 영해이기 때문이다. 겨우 덕적도 앞 소령도까지다. 이를 입법부작위로 보는 일부 서해5도 주민들은 헌법소원으로 다투고 있다. 법조차 모호해 중국어선들이 막무가내로 들이닥친다는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른바 공도(空島)정책으로 황폐화되기도 했다. 고려 때는 해상세력이 발호한다는 이유로, 조선시대에는 중앙집권의 힘이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섬을 비웠다. 왜구 등 외부세력으로부터 국민을 지킨다는 명분도 있었으나 오히려 침략을 용이하게 했다는 역사학자들의 시각도 많다.

영토 내에서 국민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것은 당연하다. 유권자는 정책소비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섬은 그렇지 못하다. 대표적인 것이 교통이다. 노선도 부족하지만 요금이 특히 그렇다. 인천항에서 백령도 용기포항까지 선박으로 편도요금이 6만6천5백원(서해5도 방문의 해인 올해는 50% 할인)이다. 

비슷한 거리인 인천터미널에서 익산터미널까지 시외버스요금은 1만5천원이다. 차이가 있다면 백령도 항로는 정부의 지원이 없다는 것이고, 익산 버스노선은 정부의 버스 준공영제로 민간 운영사가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내 주장은 여객선도 준공영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분도 계실지 모르겠다. “해상로와 육상로는 다르다. 이용객도 차이가 많다. 섬은 주민들만 혜택을 주면 되지 않느냐? 예산이 너무 많이 필요할 것이다.” 같은 질문일 것이다.

이렇게 답한다. “인천에서 백령을 여객선으로 오가는 인원이 익산을 버스로 오가는 사람들보다 많다. 유일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또 주민들만 요금 혜택을 받아서는 도서발전에 한계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오고가야 지역이 번영하기 때문이다. 전국 5개 광역시의 버스준공영제 정부지원은 연간 6,560여억원에 달하지만, 여객선은 낙도노선을 포함해 240억원에 불과하다. 좀 늘려도 된다.” 

스웨덴은 입찰제로 선박 운영사를 선정하되 수익금은 정부가 환수하고 선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준공영제를 운영한다.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는 아예 직접 25개 항로를 운영하고 이중 비수익 항로 22개에 대해서는 연간 2,690억원을 지원한다.

보다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국가의 첫째 존립목적은 국민을 외침으로부터 지키고 내부적 재앙으로부터 지켜내는 일이다. 둘째는 모든 국토와 국민들이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자원을 배분하는 일이다. 서해5도야말로 이 두 가지가 절박한 곳이다.

우리는 해양강국이다. 해운, 조선 그리고 항만을 통해 나라를 키웠다. 바다가 우리의 먹거리였던 것이다. 그런데, 바닷가의 섬은 푸대접이다. 오는 6월 1일, 백령도에서 인천항으로 아침에 출발하는 배편이 재개된다. 3년 가까이 멈추었었다. 그간 배는 오후 출항 여객선만 있어서 백령도민들은 꼭 뭍에서 2박3일을 머물러야 했다. 

해양수산부도 나섰지만, 결국 민간 선사에 대한 손실보조금 예산은 국회에서 묶였고, 시와 군의 지원을 약속으로 운항이 시작된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아예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에 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 여객선을 대중교통에 포함하는 것도 필요한 까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21일 저녁 부평역 광장에서 “해양주권을 지키고 서해5도의 안보와 경제도 살릴 것입니다!”라고 공약했다. 세부공약 중 서해5도 여객선 준공영제 지원도 포함되어 있다. 소수자의 권익을 위해 평생을 보낸 대통령에게 전국 470개 섬(유인도)에 사는 분들과 함께 기대를 키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