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끝내 못 이룬 한화 가을야구… 동시에 터진 박수와 야유

입력 2017-05-23 15:48
김성근 감독. 한화 이글스 제공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사의를 표했다. 꼴찌를 전전했던 한화를 2015년부터 지휘했지만 중위권을 넘어서지 못했고, 결국 세 번째 시즌에서 중도 하차했다.

한화는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김 감독이 지난 21일 홈경기를 마치고 구단과 코칭스태프에 사의를 표했다. 구단은 수용 여부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보도자료를 배포한 만큼 김 감독의 사의를 수용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김 감독이 사의를 표했을 때 한화는 대전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7대 8로 패배했다.

김 감독은 1982년 대전을 연고로 출범했던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서울 연고)의 원년 투수코치를 맡았다. 2년 뒤 김영덕 감독에 이어 OB 감독으로 취임했다. 이미 고교야구와 실업야구에서 쌓았던 지도자 경력은 이때부터 본궤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1989년 태평양 돌핀스, 1991년 삼성, 1996년 쌍방울 레이더스, 2001년 LG 트윈스를 거쳤다. 2007년 SK 와이번스 사령탑 시절은 김 감독의 전성기였다. 당시 5년의 재직 기간 동안 3차례 우승을 일궈 ‘SK 왕조’를 수립했고, ‘야신(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1년 고양 원더스 감독으로 퓨처스리그에서 잠시 몸을 담은 뒤 프로로 돌아온 곳은 한화였다. 프로야구 순위표에서 바닥을 전전했던 한화는 김 감독이 재임한 뒤 중위권 문턱까지 다가갔지만 결국 그 아슬아슬한 선을 넘지 못했다. 정규리그에서 2015년 6위, 지난해 7위에 머물렀다. 김 감독도 한화를 가을야구로 끌고 가지는 못했다.

한화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한화는 올 시즌 43경기를 소화한 지난주까지 18승25패(승률 0.419)로 9위다.

한화 팬들은 그동안 김 감독의 첨예하고 집요한 전략, 필요할 때 ‘벌떼’처럼 선수들을 모두 투입하는 운영방식, 한때 논란에 휘말렸던 특별훈련 등을 놓고 응원과 야유를 동시에 쏟아냈다. 사퇴를 놓고 한화 팬들의 반응은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

지도자로서 이례적으로 팬덤을 형성한 김 감독의 떠나는 길엔 “수고했다” “한화의 가을야구는 김 감독의 능력 밖”이라는 지지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다른 한쪽에선 “오래 참았다” “마침내 감독을 교체했다” “한화도 묵은 때를 벗고 새 출발하자”는 환호성도 터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