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임기 중 추도식 참석, 오늘 마지막” 발언에 담긴 뜻

입력 2017-05-23 15:42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그립습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 재임 중에는 더 이상 추도식에 오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대통령이 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대통령으로서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추도식 인사말에서도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더는 오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때 다시 한 번, 당신이 했던 그 말, ‘야, 기분 좋다!’ 이렇게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이 말에는 당선 직후부터 여러 차례 강조해온 ‘국민통합’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친구이자 동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늘 그립지만, 그런 ‘노무현’을 넘어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문 대통령은 ‘노무현 추도식’에서 직접 밝혔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을 이야기하며 “그러나 이상은 높았고, 힘은 부족했습니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의 좌절 이후 우리 사회, 특히 우리의 정치는 더욱 비정상을 향해 거꾸로 흘러갔고, 국민의 희망과 갈수록 멀어졌습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하지만 이제 그 꿈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노무현의 꿈은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부활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꾼 꿈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은 ‘노무현의 실패’를 넘어 국민통합을 이루고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나란히 언급했다. 네 명의 전 대통령, 그들이 이끌었던 진보정권 10년과 보수정권 10년을 ‘성찰’하며 과거처럼 실패하지 않고 성공의 길로 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저의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가장 직설적인 말로 통합을 얘기했다. 당선 메시지, 취임 메시지에 담았던 국민통합 문구를 ‘노무현 추도사’에도 포함시킨 것이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이제 가슴에 묻고, 다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면서 "노무현 대통령님도 오늘만큼은 어디에선가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며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