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김민희 향한 홍상수 세레나데… 칸의 선택은

입력 2017-05-23 15:24
신화뉴시스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홍상수 감독의 신작 ‘그 후’가 프랑스 칸 현지에서 첫 선을 보였다. 불륜에 빠져 고민하는 지질한 유부남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연인 김민희와 네 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22일(현지시간)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그 후’ 레드카펫 행사와 공식 상영회에 동반 참석했다. 전날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클레어의 카메라’ 공식행사에 이어 이틀 연속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92분짜리 흑백영화로 제작된 홍상수 감독의 21번째 장편 ‘그 후’는 부하직원(김새벽)과 사랑에 빠진 유부남 봉완(권해효)의 이야기다. 불륜 사실을 알게 된 봉완의 아내(조윤희)가 남편이 일하는 출판사로 찾아왔다가 그날 처음 출근한 아름(김민희)을 남편의 애인으로 착각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불륜 사실을 인정한 채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실제 상황을 암시하는 듯한 지점이 곳곳에 녹아있다.

영화 '그 후' 스틸컷

‘그 후’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 ‘밤의 해변에서 혼자’ ‘클레어의 카메라’에 이어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함께 작업한 네 번째 작품이다. 상영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홍상수 감독은 김민희와의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나는 김민희를 사랑한다. 그렇기에 (김민희는 내게) 무엇보다 큰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배우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다른 어떤 감독들보다 더욱 그럴 것이다. 장소와 배우, 두 가지가 내 작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면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뮤즈가 있다면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얘기했다.

김민희는 “내가 홍상수 감독에게 영감을 받는 것은 특별히 없다. 다만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홍상수 감독과 작업해서 기쁠 뿐”이라며 “홍상수 감독과 반복적으로 작업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감독님 영화는 항상 새롭다. 매번 나를 자극시킨다. 할 수 있다면 계속 같이 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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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한 현지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프랑스 영화 전문 매체 카오스 레진스가 발표한 비평가 평점에서 ‘그 후’는 5점 만점에 4.66점을 받았다. 지금까지 공개된 경쟁부문 초청작 중 가장 높은 점수다.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비슷한 주제의 변형”(할리우드 리포트) “홍 감독의 헌신적인 팬이 아니라면 두서없고 산만하게 느껴질 것. …그저 그런 평작”(스크린 데일리) 등 주요 외신의 혹평 또한 이어져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홍상수 감독 작품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올해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민희는 “(칸 여우주연상) 욕심 같은 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영화가 너무 좋아서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만 조금 하고 있다”며 작품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